'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주제로 들고 나선 이들의 토크콘서트는, 다분히 정치적인 모임임에도 집회 특유의 과격성이 배제된 새로운 정치집회의 한 가지 유형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이날 청중들의 가장 큰 연호를 끌어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FTA는 미래를 헌납하는 것입니다. 발효 후 총·대선을 거쳐 정권을 바꿔 폐기하는 것과, 발효되기 전에 막아내는 것 무엇이 더 나을까요”라고 되물으며 시민들의 직접 행동을 촉구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또한 “에콰도르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정권을 교체하고 FTA를 파기한 바 있다”며 시민들의 지지를 적극 호소했다.
FTA 문제 외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을 담은 '루돌프사슴코'의 개사곡 '내곡동 가카집',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주기 추모행사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괜찮아 잘될거야(슈퍼스타)'의 가수 이한철씨도 함께 무대를 달궜다.
관객 대부분은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폭소와 탄성을 금하지 못했지만, 공연의 색깔이 나꼼수 방송의 연장선을 벗어나지 못해 아쉬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자녀와 함께 여의도를 찾은 주부 박모(34)씨는 “그간 봐왔던 나꼼수의 종합편에 불과한 것 같다”며 “광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인 만큼 단순히 정치권을 비판하고 웃고 떠드는 것 말고 조금은 진지하고 참신한 내용의 토론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연이 더욱 큰 관심을 모으는 건, 내용의 대부분이 정치권을 비판하거나 규탄하는 사실상의 정치집회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이라는 형식을 빌려 그 성격을 다소 순화했기 때문이다.
공연을 찾은 직장인 정모(31)씨는 “공연의 내용도 중요한데, 이런 정치적 집회가 도심 복판 광장에서 공연이라는 형태로 벌어진 것 자체가 신기하다”면서 “내용을 보면 분명히 정치적이고 투쟁적인데 지금까지 참가했던 다른 집회나 시위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정씨와 함께 공연을 본 직장인 박모(33·여)씨는 “시민들의 의사소통 창구로 이런 형태의 모임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이런 공연조차 지나치게 극렬한 시위 성격으로 변질되면서 또 다른 불법집회로 낙인 찍히지 않고 최소한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두가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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