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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수수료 면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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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같은 증권 유관기관들이 증권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한시 면제한 지 보름여가 지났다. 이를 반영해서 삼성증권,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앞다퉈 고객에게서 받는 수수료를 인하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인 증권사도 적지 않다. 면제 받은 수수료 전액을 ‘회사 수익’으로만 챙기고 있는 셈이다.

유관기관의 수수료 면제 조치가 투자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임을 감안한다면 ‘배달사고’라고도 볼 만한 소지가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고객에게 최저 수수료를 받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내릴 여지가 없다”고 항변한다. 주식 위탁매매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과 5위권인 동양증권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이 고객에게 적용하는 주식매매 수수료율은 0.015%(온라인 거래 기준). 그러나 유관기관의 면제분 0.00462%포인트를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음으로써 이들은 온라인 거래에서만 기존보다 약 30%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게다가 동양의 경우 오프라인 거래에서 0.35~0.5% 수준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수료가 이미 낮아서’라는 논리를 가져다댈 수 없는 대목이다.

‘회사사정’을 이유로 수수료를 내리지 않는 곳도 있다. IBK투자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다. 중소형사인 이들은 대형사만큼 다양한 수익원이 없고, 따라서 위탁매매 의존도가 높아 수수료 인하에 선뜻 동참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과는 전혀 무관하게 생긴 돈 모두를 ‘가외 수익’으로 챙기기에는 더욱 빈약한 논리다.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는지 이들은 “인하를 검토 중”이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보다 못 한 당국은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수수료 체계를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본 뒤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의의 증권사들에까지 관치의 불똥이 튈지도 모를 일이다.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보다 공정하고 실질적인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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