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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지경부와 혼돈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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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앞으로 그런 호재는 더이상 없을 것" "앞으로 그런 악재도 더이상 없을 것"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17일 취임한 뒤 지경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호재는 2009년 12월 27일 한국전력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발전소를 처음 수출한 것을 말한다.
악재는 2011년 9월 15일 사상 초유의 전국 동시다발 정전 사건을 지칭한다. 원전수주 당시 최경환 장관은 역대 가장 운이 좋은 장관으로 꼽혔다. 반면 9.15정전은 최중경 전 장관을 가장 운나쁜 장관으로 만들며 결국 중도하차하게 만들었다.

홍 장관은 전임 두 장관과 비교하면 출발이 '매우'순조롭다. 이희범 전 장관 이후 8년만의 지경부 출신 장관이라서 그런지 내부에서도 평이 좋다. 소탈한 성품에 친화력이 좋고 조직을 한데 아우르는 능력도 높다. 별명도 영국신사, 젠틀맨이다. 도덕성에도 크게 문제가 없어 인사청문회도 가장 무난하게 통과했다. 12월 12일로 예정된 무역 1조달러 달성 기념식에서 무역정책 부처의 장관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도 주어졌다.

하지만 홍 장관의 앞날이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전수주와 같은 큰 호재도 없고 정전과 같은 큰 악재는 없다. 대신 두 전임장관이 마무리하지 못한 깨알같은 숙제가 있다. 우선 최중경 전 장관을 물러나게 한 9.15 정전 사태 수습이 눈앞의 과제다.
코앞에 닥친 올 겨울 전력난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 정부는 고강도에너지절약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년에는 신규 원전건설 후보부지를 선정해야하고 방사성 폐기물처분장의 운영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공론화도 해야한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뻔하다. 최 전 장관이 역점을 두고 내놓은 알뜰주유소는 정유사가 사실상 입찰을 보이콧 해 출발부터 삐꺽이고 있다.

홍 장관이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것은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는 동반성장 정책에서도 그렇다. 중소기업계는 홍 장관에 기대가 크고 대기업들은 친(親)중기쪽으로 쏠리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최중경 전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고 설전을 치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과의 관계 재정립도 남아있다. 홍 장관은 23일에 정운찬 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홍 장관은 예전부터 막걸리와 소주, 사이다를 섞은 '혼돈주(混沌酒)' 전도사다. 혼돈주가 숙취가 없고 머리가 개운하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홍 장관은 말해왔다. 홍 장관이 지경부 안팎의 산재한 현안과 이해관계를 혼돈주를 만들 듯 술술 풀어낼 지 주목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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