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작지만 행복한 학교', 경기도 광주시 에듀벨트(Edu-belt)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자연 교과서, 텃밭교실...농부學 나눔校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출산률 저하와 도시 집중화로 텅텅 비어가는 농촌마을의 학교들. 이들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농산어촌 전원학교를 지정하고 예산지원에 나섰다.

그리고 여기 정부가 지원한 예산 이상의 효과를 거둔 시골 학교들이 있다. 경기도 광주시 광지원초등학교, 남한산초등학교, 번천초등학교, 분원초등학교가 그 주인공.
이들 4개 학교는 자발적으로 각자의 특성과 작은 학교의 이점을 살린 에듀벨트(Edu-belt) 사업을 벌여 외지로부터 학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외지 학생의 비율이 60~80%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은 이들 마을 학교가 갖는 '작지만 특별한'교육 프로그램의 모습을 기자가 직접 둘러보고 왔다.

◆ 마을이 키우는 경기도 광주 분원초등학교

앞으로는 팔당댐이 흐르고 뒤로는 산으로 병풍을 두른 작은 2층짜리 학교.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에 있는 분원초등학교다. 이곳에서는 이 학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연환경'을 통해 마을과 학교가 하나가 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학교 앞뒤의 산과 하천은 살아있는 자연교과서다. 인근 경안천으로 나가면 학생들은 직접 시약을 들고 BOD, COD 등을 측정하는 아마추어 '수질 검사원'이 된다. 산으로 가면 청진기로 나무가 숨쉬는 소리도 듣고 이름도 지어주면서 나무와 친구가 되고 인근 텃밭에 있으면 농부가 된다. 전학년 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태학습을 한다.

학교터가 조선시대 백자를 구워 궁궐에 납품하던 사옹원의 분원이 있던 자리였다는 점을 살려 이 학교에서는 '도자기 체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흙을 많이 다루는 학교'로 정규 일정 및 방과후 학교, 특별활동 등을 통해 아이들이 흙을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교생이 한 학기동안 기본 4회에 걸쳐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고, 2학년의 경우 여름계절학교 기간 중 5일동안 4시간씩 총 20시간에 걸쳐 '자신의 꿈'을 표현하는 집중체험을 하게 된다.

분원초교는 2006년 인근 검천수련원을 검천미술체험학습장으로 바꾸고 학부모 및 인근 학교들에게까지 체험의 기회를 확대했다. 기자가 찾은 16일 오후에는 성남 늘푸른 초등학교 교사 30여명이 학습장을 찾아 찰흙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각자의 작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 외에도 학교에는 현재 학부모들로 구성된 두 팀이 꾸려져 평생학습으로 도자기 체험을 하고 있다. 넓힌 것은 도자기 체험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분원초교는 함께 에듀벨트 사업을 벌이고 있는 광지원초교, 번천초교 등과 함께 '전원학교 어울림 한마당'을 개최하고 있다. 어울림한마당은 분원초교 인근 남종면 공설운동장에서 펼쳐지는 4개 학교 공동운동회다. 이 행사에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지역 주민과 면장, 장학회장 등 학교와 지역 공동체가 다같이 참여해 음식도 만들어 나눠먹는 마을의 잔치다.

마을 사람들은 운동회를 함께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의 운영도 지원하고 있다. 이 지역 이장협의회에서는 학교에 매년 교육활동비로 2000만원을 보조해 준다. 남종면과 퇴촌면 등 지역 토박이 출신 입학생이 한 해 3~4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외지 학생들에게도 혜택이 고루 돌아가는 셈이다.

이 학교 출신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학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02년 동문회에서 조성한 2억원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장학회는 매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는 분원초교 졸업생들에게 전원 장학금을 지급한다. 현재 운영기금은 10억원에 이른다.

분원초교 학생들이 학교와 마을로부터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뒤편에 위치한 산자락 아래 텃밭에는 각 학급별로 학생과 교사들이 심어놓은 배추 500포기가 자라고 있다.

오는 22일에는 전교생들이 그 중 200포기를 수확해 '김치 담그기' 체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체험은 단순히 김치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담근 김치를 지역 독거노인들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가정에 나누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나눔과 베품을 실천하게 된다.

분원초 안준철 교장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배움은 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가정과 마을로 연결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에 비해 문화적인 접촉은 적지만, 좋은 공기를 많이 마시고 이웃과 친밀하게 지내는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본질적인 것들을 더 많이 누린다"며 "아이들이 어린 시절 배운 소중한 경험이 10년, 20년 뒤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 광지원초등학교

광지원초등학교(교장 김승연)에서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외국어 시장이 열린다. 외국어 체험실 앞 글로벌 마켓이 그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나눠준 (가짜) 달러와 위안화를 들고 영어ㆍ중국어 원어민 교사에게 달려가 필요한 물품과 그 이유, 용도 등을 설명한 뒤 돈을 주고 물건을 살 수 있다.

2005년부터 중국어 특성화학교로 지정된 광지원초교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중국어 교육을 실시해 왔다. 중국어의 경우 전교생을 단계별로 나눠 주당 2시간씩 원어민교사와 함께 하는 교육을 제공하며 목표치에 도달한 학생에게는 중국어 인증장을 수여하기도 한다. 학교측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마켓으로 학교 주변에 학용품 가게가 없는 불편함도 해결하고 생활 외국어 습득도 도모하고 있다.

또한, 광지원초교는 학생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광지원 온새미로' 숲 체험학습장을 조성해 학생들에게 숲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2교시 후 20분간 주어지는 쉬는 시간에 주로 이 곳을 찾으며 '시'와 같은 감성적인 내용이나 자연과 관련된 내용의 수업시간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데려와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학교측은 200여 켤레의 인라인을 구비하고 학생들에게 매주 금요일 인라인롤러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 남한산초등학교

남한산초등학교(교장 최웅집)는 2000년 당시 재학생 26명 중 졸업예정자 9명, 입학예정자 0명으로 폐교위기 직전의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위기를 교육 프로그램 전환의 기회로 삼아 학생중심, 체험중심의 교육으로 바꿨다. 아울러, 학부모의 참여도를 높였다.

남한산초 학생들은 매년 7월 방학 직전 일주일간, 여름 계절학교를 통해 도예, 목공, 수공예, 요리, 인형 만들기, 전통공예, 퀼트, 종이접기 등을 집중적으로 익힐 수 있다. 학교측이 8개 내외의 영역을 테마로 정하며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테마를 직접 고를 수 있다.

9월에는 예술문화 집중 체험인 가을 계절학교가 진행된다. 남한산문화제가 열리는 음력 9월5일 주간을 학교 예술제와 연계해 학생들이 음악, 춤, 공연 등 예술, 문화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여름방학에는 3년을 주기로 첫 두 해는 숲속학교, 셋째 해에는 바다학교가 진행된다. 숲속 학교는 야영활동, 숲과 산의 생태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바다학교는 해안, 사구, 갯벌생태 등 바다와 관련한 학습과 놀이 활동으로 운영된다.

계절학교에는 약 30명 정도의 학부모가 상설 자원활동으로 참여하며, 숲속ㆍ바다학교에도 많은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다. 학교는 학부모들의 퇴근 시간을 고려해 밤시간에 교사ㆍ학부모 공동 논의의 장인 '교육 사랑방'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동화읽는 어른모임, 좋은 아버지 모임 등을 꾸리고 학부모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 번천 초등학교

번천초등학교(교장 홍기숙)는 교사들의 교육과정 개발과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지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번천초교는 4교 연합 교육과정 워크숍 및 영은미술관에서의 추상미술 감상 등 교사 연수에 적극적이다. 아울러, 학년별로 저학년은 주제통합학습, 중학년은 프로젝트 학습, 고학년의 경우 주지교과 주기 집중학습의 형태로 교과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My planner'라고 불리는 책자를 활용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및 활동 계획을 세우고 실천여부를 확인하게 함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 방법을 체득할 수 있다.

학교측은 전교생 원어민 영어교육 및 핀란드식 과정중심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학교 숲에 조성된 자연 친화적 공간인 모험 실험장과 학교내 인라인 트랙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박은희 기자 lomoreal@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포토] 북한탄도미사일 발사

    #국내이슈

  •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안개 때문에 열차-신호등 헷갈려…미국 테슬라차주 목숨 잃을 뻔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