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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따님, 왜 빵을 좋아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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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전쟁에 이은 달콤한 전쟁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 패션에 이은 달콤한 빵 전쟁의 배경은?
- 패션처럼 빵에도 트렌디한 라이프 스타일 접목
- 외국 생활에 익숙한 재벌가 그녀들을 사로잡은 고급 입맛
- 럭셔리 매장과 어깨 나란히 겨루는 디저트 카페
11월 11일. 롯데백화점 명동에 갔다. 지하 1층 식품관 매장은 대부분 공사중.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넓은 공간, 포숑(FAUCHON) 매장. 고급스런 인테리어의 그 매장만 보자면 여기가 한국인지 프랑스인지 모를 정도다.

기자는 생각했다. ‘우리나라 백화점은 전세계에서 최고야. 없는 게 없어. 런던의 헤롯 백화점,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파리의 쁘렝땅 백화점이랑 비교해도 손색 없어’라고.

10년 전, 파리 출장 다녀오면서 샹젤리제 거리 포숑에서 마카롱과 잼을 사 회사 동료들에게 선물했었다. 한국에 포숑이 오픈하기 전에 포숑의 쇼핑 봉투를 들고 다니는 것은 세포라(프랑스의 화장품 편집 매장)의 로고가 새겨진 쇼핑 봉투 드는 것만큼 트렌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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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그 당시 생각했었다. “한국에 포숑을 수입하면 대박일까?”라고.

포숑은 보통의 빵집과는 다르다. 포숑 라벨이 붙은 제품은 아주 다양하다. 와인, 잼, 차(tea), 초콜렛, 커피, 머그잔, 과자, 케이크…. 그 자체로 작은 식품관이다.

수시로 다양하게 구워지는 빵 향기가 미각을 충족시킨다. 눈을 즐겁게하는 색색의 마카롱과 케이크는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한다. 5백 원 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초코렛이 2000원. 고급스런 맛임에는 분명하나 4개만 구입해도 10000원. 쉽게 집어들 수 없었다.


몇주 전, 부산 신세계 백화점에 갔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대 규모의 백화점답게 넓은 공간, 다양한 브랜드, 최신식 인테리어를 감상했다.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1층에서 가장 인상적인 매장은 페이야드(Payard)다. 이곳은 신세계 백화점 충무로 본점 명품관 5층, 강남점 명품관 2층에서도 만날 수 있는 디저트 카페다.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sex and the city)’에 등장했던 바로 그곳이다. 섹스 앤더 시티를 즐겨보던 때 ‘곧 우리나라에도 페이야드가 상륙하겠군’ 생각했었다.

특이한 것은 페이야드는 통상적인 식당가가 아닌 패션 주얼리 부티크 공간에 위치했다는 것. 명품 매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트렌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쇼핑 중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기분을 좋게 한 후 느긋하게 쇼핑을 즐기면 주변 매장의 매출도 높아질거라는 기대감도 엿볼 수 있다.

패션을 점령한 그녀, 왜 빵에 주력하는 것일까?

외국의 유명 브랜드를 한국에 가져오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실천할 수 없다. 특히 입고 먹는 것은 유독 재벌가의 그녀들 차지다. 어려서부터 외국 생활에 익숙해있고, 전공 분야가 디자인 쪽으로 치중하다보니 재벌가 2세, 3세 여인들이 패션과 식음료 분야로 사업을 넓히는 일은 자연스런 수순이라 할 수 있다.

포숑은 롯데 백화점 신영자 사장의 차녀 장선윤 롯데호텔 사장 (빵과 와인 유통업체인 블리스도 운영 중이다)이 애착을 갖는 사업체다.

신세계의 페이야드는 조선호텔이 미국 뉴욕 페이야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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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이 '재벌가 딸의 패션 경연장’이 된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토리 버치, 10꼬르소꼬모 등을 진두지휘한다. 신세계도 정유경 부사장의 지휘 아래 분더샵, 돌체앤가바나, 조르지오 아르마니, 몽클레어, 코치 등의 브랜드로 청담동 패션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고있다.

청담동 패션 편집매장 분더샵 1층에 자리잡은 카페 ‘베키아앤 누오보’는 조선호텔 지하 레스토랑이자 신세계 백화점에도 위치한 카페테리아다. 최근 방배동에도 매장을 오픈해 시장을 넓혀가고있다.

신라호텔(대표 이부진)은 커피 전문점 ‘아티제’를 운영한다. 커피와 케이크, 주스 등을 판매하는 아티제는 삼성 사옥과 신라 호텔 면세점에도 입점해있다.

호텔을 운영하는 대기업 중에 외국 유명 베이커리를 수입해 라이선스로 운영하는 곳은 또 있다.

해외 유명 카페나 베이커리 전문점이 한국에서 매장을 열면 ‘재벌가에서 운영하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 틀린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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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재벌가 그녀들이 왜 빵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기본 인프라가 구축된 곳에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먹을 것은 위험 부담 거의 없는 사업이다. 의류처럼 재고 걱정 없다. 먹을 것에도 패셔너블함음 강조하면 새롭고 고급스런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반응한다는 것을 그녀들은 알아차린 것이다.

최근 공정래위원회가 재벌가 그녀들이 차린 제과업체들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계열회사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이 브랜드가 입점하면서 임대료와 판매수수료 등을 낮게 책정받는 등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포숑, 페이야드, 아티제, 베이카앤누오보. 새로운 맛에 눈뜨게 해준 고급스런 베이커리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그곳에 얽힌 속사정은 그곳에서 판매하는 케이크나 샐러드처럼 신선하거나 달콤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박지선 기자 sun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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