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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전쟁 대안, 여성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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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IBM은 최근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버지니아 로메티 IBM 수석 부사장. 그녀는 내년 1월1일 부로 영광스런 승진을 한다. 지난달에는 HP가 이베이 출신인 여성 멕 휘트먼을 CEO로 발탁했다. 글로벌 정보통신(IT) 업계의 선두에 여성 파워가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IBM과 HP의 사례처럼 업계를 당당히 이끌어 갈 여성인력이 나올 만한 환경인가. 최근 LG경제연구원은 국내 여성인력 육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성인력의 중요함, 국내 현실 및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인재전쟁, 해답은 女=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미래 인재 부족이 중요한 화두로 제시됐다. 실업률은 높지만 반대로 숙련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부족해 치열한 인재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도 예외일 순 없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BCG가 13개 산업 10개 직업군을 대상으로 인력 수급 상황을 모의실험 한 결과, 한국도 인재 부족 국가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장차 도래할 인재 전쟁 시대의 해답으로 여성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여성이 보이고 있는 능력을 감안하면, 여성만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아 커리어케어 과장은 "기술 혁신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를 채워줄 고급 인재가 부족하다고 많은 기업들이 호소한다"며 "여성 인력이 구원투수로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찍이 댄 킨들러 하버드대학 교수는 미국 여학생의 20%가 학업 성취도뿐 아니라 운동, 친구관계, 미래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학생을 능가하는 엘리트 소녀 집단인 '알파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부즈앤컴퍼니(Booz & Company)는 오는 2014년이면 여성인력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중국과 인도 GDP 합의 2배 이상인 18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대학진학률이 최근 남성을 추월했으며 외무고시 및 행정고시 합격자의 절반 이상, 사법시험 합격자의 40% 이상이 여성이다. 바야흐로 여성인력이 남성을 넘어 전체 시장을 주도하는 계층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셈이다.

◆女인력 활용 못하는 국내=이렇듯 미래 주도층이라 볼 수 있는 여성인력의 국내 현실은 어떨까. 세계경제포럼이 매해 발표하는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에서 지난해 우리나라는 134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04위를 차지했다. 최하위권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평가지표 중 '경제 참여와 기회'가 매우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여성인력은 점차 늘고 있는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꽉꽉 막혀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OECD 국가 평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64%이고 상위 국가의 경우 80%를 육박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58.4%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여성 고용자 수는 1990년대 남성의 69%에서 2000년 71%로 높아진 이후 지난 10년간 더 이상 변화가 없다. 대기업일수록 여성 고용에 대해서는 더욱 인색하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350개 상장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성 취업률은 2005년 28.3%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08년에는 20.1%까지 떨어졌다.

2010년 기준 한국 여성들의 연령별 경제활동 참여율

2010년 기준 한국 여성들의 연령별 경제활동 참여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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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심각한 문제는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은 25∼29세 때 69.8%로 가장 높고 육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30∼39세에는 50%대로 떨어졌다가 40대가 돼서야 회복된다. 30대의 경력단절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유독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더욱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 여성들은 출산, 육아시기에 경력을 이탈한 이후 영영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아까운 인력이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정지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쟁력 있는 인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건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소리"라며 "우리나라 보육 시스템의 현실이나 경직된 업무 구조, 여성 인력에 대한 인식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육아문제 해결이 1순위=2년차 직장인 권혜진(29.여)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요즘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은 가까운 미래에 맞닥뜨릴 육아 문제다. "아이는 키워야겠는데 회사 일과 병행할 자신이 없어요. 자칫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근데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후 제가 돌아갈 직장이 있을까요?"

그녀의 고민은 대부분의 여성인력이 지닌 고민이다. 많은 여성인력이 고민 끝에 퇴사나 휴직을 택해 왔다. 휴직을 하더라도 다시 원래 회사로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보육은 국내 여성인력에게 높은 벽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여성인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기도 하다. 육아로 인한 휴직이나 업무 축소 등의 유연근무가 경력단절로 이어지지 않게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여성인력이 유연근무를 택하더라도 원래대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 과장은 "현실적으로 여성들에게 복귀 기회가 주어지느냐 여부가 문제"라며 "육아를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과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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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근 유연 근무제의 새로운 방식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스마트워크를 대안으로 언급한다. IT 기술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상황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이 스마트워크 유연근무제인 'BT 워크 스타일'을 도입한 결과 업무 생산성이 20∼60% 개선됐고, 산후 휴가 복귀율도 업계 평균의 2배인 99%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연구원은 "스마트워크가 자리 잡으면 전문성에 의한 네트워킹 형성이 가능해져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보육시스템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보육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인재들이 대안을 찾지 못해 직장을 그만둔다면 이는 기업에도 큰 손실"이라며 "보육으로 고민하는 여성인력을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 문제 해결의 씨앗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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