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점은 박 후보가 조직력을 앞세운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누르고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는 점이다. 기존 정당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드러낸 상징적 의미가 크다. 박 후보 개인의 승리라기보다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바라는 변화의 바람이 만든 결과다. 현 정권과 한나라당의 실정에 분노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무기력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기득권 정치권에 등을 돌린 것이다. 이른바 안철수 바람의 연장선상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정치권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서울시장 선거를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전초전 성격의 '정치선거'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치솟는 물가, 전월세 대란, 고용불안 등 서울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어떨게 풀어줄 것인지, 수도 서울의 경쟁력은 어떻게 높일 것인지 미래의 비전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정책선거'가 돼야 한다. 검증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 과열, 불탈법으로 치닫는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 정당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러려면 나 후보나 박 후보 모두 서울 시민의 기대치를 정확히 읽고 '정책'으로 승부한다는 마음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공허한 구호나 낡은 이념이 아닌 생활밀착형 미래지향적 정책으로 대결하라는 얘기다. 서울 시장 보궐선거가 정치가 바뀌고 정당정치의 위기를 불식시키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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