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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 저지른 그들도 '도가니의 눈물'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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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가 남긴 것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사건은 끝났지만 고통과 논란은 남았다. 영화 '도가니' 상영 뒤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얘기다.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당시 사건을 맡았던 수사기관과 비교적 낮은 형량을 선고했던 법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비난도 커지면서 영화 '도가니'는 우리 사회에 고통과 논란을 더하는 모양새다.

29일 광주고법 등에 따르면, 2008년 1월 있었던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가 인정된 김모 교장(2009년 사망)은 징역 5년에 추징금 300만원, 또 다른 가해자인 김모 행정실장과 이모 교사, 박모 교사는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6월,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다. 이 재판에서 김 행정실장의 혐의 일부와 전모 교사의 혐의는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가 아니었거나 고소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 또는 공소기각으로 마무리 됐다.
같은 해 7월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선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를 해 고소가 취소됐고, 김 교장과 박 교사는 집행유예로 감형 받았다. 이와 관련해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법리적으로 고소 취소와 같은 양형 참작 사유가 있었더라도 사건의 중대성과 죄질 등을 고려할 때 가해자들이 선고 받은 형이 일반인들이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사건 가해자들에게 적용된 양형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건 당시 적용법인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소년 강간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다. 청소년 강간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에 해당한다. 장애 때문에 의사 능력이 분명치 않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나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면 처벌의사가 감해진 것으로 봐 형량을 낮게 선고할 수밖에 없는 사건에서 이 양형 기준이 지닌 한계는 그대로 드러난다.
이러한 양형 기준에 대한 대안으로 '양형기준법'과 이른바 '나영이법' 등이 제시되지만, 이 두 대안마저도 온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지적이다. 사건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사건이 발생한 상황,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이 모두 다른 데 이에 대한 기계적인 판단 기준을 세운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당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2심을 담당한 판사는 29일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해명했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28일 일정에 없이 영화 '도가니'를 관람한 뒤 "충격적이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 유린이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전날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어떤 경로로든 (법원이)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관련 기관들도 대책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여성가족부(장관 김금래)와 함께 장애학생들이 다니는 전국의 특수학교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교과부는 조사에서 이들 학교 교사 및 교직원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한 사례가 없었는지, 학생들이 지적 수준이 낮은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피해를 받는 일은 없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조사 대상은 전국 155개 특수학교 가운데 기숙사가 설치된 특수학교 41곳이다. 경기도에 9곳, 전북과 경북에 각각 7곳, 서울ㆍ부산ㆍ대구ㆍ충남ㆍ전남에 각각 2곳, 대전ㆍ강원ㆍ충북ㆍ제주에 각각 1곳이다. 경찰도 이런 행보에 발을 맞추고 있다. 경찰청(조현오)은 인화학교에 남아있는 장애학생들의 인권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총 15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편성해 28일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팀은 경찰청 본청 소속 지능범죄수사대 수사관 5명, 광주지방경찰청 소속 성폭력 전문수사관 10명(여경 3명 포함)으로 구성됐다.

정치권의 대책마련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28일 일명 '도가니방지법'을 발의한 것이다. 진 의원은 29일 "사회복지법인이 사회취약계층 보호라는 원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도가니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공익이사 선임 등 법인 임원제도를 개선하고, 인화학교와 같은 사회복지법인에서 수용자 학대, 인권유린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사업정지ㆍ시설장 교체ㆍ재단 폐쇄 등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보조금 환수 및 후원금 반환 등의 제재를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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