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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이건 배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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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시즌9 2회 tvN 금 밤 10시
더 이상 웃기지 않는다. 아홉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막돼먹은 영애씨>는 무섭도록 현실적이다. 영애(김현숙)의 새로운 로맨스가 등장하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돈 때문에 마지막 자존심까지 포기해야 하는 주인공들의 삶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지원(임서연)은 육아비용을 벌기 위해 “돌아이, 애 낳더니 돌대가리 됐네”라는 사장 형관의 구박을 참아내고, 영애는 “디자이너가 현수막까지 달아야 되냐”는 인턴사원(심진보)의 질문에 “억울하면 대기업 가든가”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현실 속 직장인들이 하고 있는 고민의 핵심을 콕콕 찌르는 <막돼먹은 영애씨>를 보면서도 예전처럼 쉽게 몰입이 되지 않는다. 원인은 이야기가 아니라 연출에 있다. 영애가 하루를 되돌아보며 터벅터벅 걸어가던 집 앞 골목길, 엄마의 잔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던 아담한 이층집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자막. 비록 화려하거나 세련되진 않았지만, 그것들은 그래서 영애의 서글픈 인생과 잘 어울리던 그림이었다. 반면 햇살 좋은 전원주택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해 중간 중간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와 같은 낯간지러운 명언을 끼워넣는 지금의 <막돼먹은 영애씨>는 소박하고도 투박한 정서를 잃었다. 특히 명언을 통해 제작진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것은 물론 <막돼먹은 영애씨>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자연스러운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질그릇에 담았을 때 가장 빛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무작정 비싸고 예쁜 그릇에 옮겨진 음식을 보는 것만큼이나 어색하다. 영애가 갈수록 날씬해지는 건 눈감아줄 수 있지만, <막돼먹은 영애씨>까지 덩달아 예뻐지는 건 배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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