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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애플, 국내 AS 약관 변경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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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 LG, 팬택과 달리 애플만 뒤쳐지는 사후서비스(AS) 정책을 고수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애플이 과연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한 첫번째 약관심사자문회의 자리. 공정위는 애플 본사 관계자를 함께 참석시킨 가운데 애플의 AS 약관을 안건에 올렸다. 공정위측은 국내 약관규제법에 따르면 소비자의 잘못 없이 아이폰이 고장났을 때 신제품 교환 대신 중고 수리 제품(리퍼폰)을 지급하는 애플의 AS 정책은 불공정하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애플 AS 정책 관련 최고 책임자는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리퍼폰 정책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것이자 부품을 재활용하는 선도적인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들이 국내법과 AS 관행에 대해 수차례 설명했지만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AS 정책을 펴고 있는데 한국에서만 예외를 허용할 수 없다"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타협은 없을 것 같았다.

지난 6개월간 쏟아 부은 공정위의 노력이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애플의 AS 정책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국정감사에서 아이폰의 AS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후부터는 5월 약관심사자문회의가 열리기까지 일사천리였다.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와 당시 유일하게 아이폰을 판매했던 KT에 AS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다. 자료를 받은 뒤 곧바로 애플의 AS 약관 심사에 들어갔고 약관이 국내법을 위반한 사실을 발견했다. 즉시 애플 본사에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고 마침내 애플 본사 관계자까지 참석한 가운데 약관 심사가 열리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애플측에서 심하게 반발했다"고 이순미 소비자정책국 약관심사과장은 회고했다.

애플 본사 관계자를 두차례 불러들이고 애플코리아 관계자를 수차례 접촉하며 국내 상황을 이해시키고 AS 약관 시정을 설득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애플은 계속 반발했지만 네 차례에 걸친 약관심사자문회의와 그밖의 소통 창구를 통해 국내 약관법과 거래 관행에 반한다는 사실을 꾸준히 전달했다.

콧대 높은 애플이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7월이었다.

이순미 과장은 "무엇보다도 국내 거래 관행을 들어 애플을 설득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LG, 팬택은 물론 심지어는 외산 업체인 모토로라까지 높은 수준의 AS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며 "거래 관행에 비춰 소비자의 합리적인 기대가 있는데 애플이 자사만의 정책을 고수할 경우 이 기대가 깨지고 결국은 애플측에도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얼리 어답터들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선두 업체의 안방인 한국 시장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던 애플은 이 말에 마음을 돌려먹었다. 법적 논리만 따졌더라면 쉽지 않았겠지만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 '고집불통' 애플의 두꺼운 옷을 벗겼다. 공정위가 처음 시정 조치에 나선 지 10개월만인 9월5일 애플은 중국에서보다도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국내 AS 약관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김준범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애플이 국내법을 준수하고 AS 품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국내 소비자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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