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ZDF 방송 인터뷰에서 "먼 미래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유로본드 도입이 지금의 해결책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유로본드 도입은 유럽연합(EU)을 '안정적 연합'이 아닌 '부채 연합'으로 이끌 것"이라면서 "이는 분명 잘못된 해결책이며 모든 국가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유로본드 도입시 재정 우량국이 고금리 부담을 져야하며, 재정위기 국가들이 스스로 빚 갚을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독일이 유로본드를 발행하려면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채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은 물론 메르켈총리와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FDP) 조차 반대하고 있어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설득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로본드를 도입할 경우 연간 470억 유로에 이르는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독일로서는 유로본드 발행에 비판적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메르켈 총리는 다음달 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어 유로본드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메르켈 총리는 "정치는 단순히 시장의 상황을 따라갈 수도, 따라가서도 안된다"면서 "시장은 무언가 특별한 조치를 정치권에 요구하지만 정치는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그리스 대형은행들이 뱅크런 사태를 막기 위해 소형 은행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시스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유럽 은행들이 달러 자금 조달에 다시 나서는 등 채무위기가 확산되며 주가 폭락사태를 겪는 등 시장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를 진화하기 위해서는 유로본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이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일 발간된 최신호에서 독일에 유로본드 도입을 촉구했다.이코노미스트는 "메르켈 총리가 구제안 수용을 거부하는 것은 그녀가 지도자(leader)라기보다 추종자(follower)라는 점에서 이해할만하다"면서도 "메르켈은 다른 것 즉 현재의 구제계획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붕괴는 은행이 파산하는 채무국에 특히 손상을 주가 고통스러울 것이지만 독일같은 채권국도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그 결과 유럽 단일시장과 유럽연합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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