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보험에 적용하는 약값을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보 재정을 안정화하고 제약업계 고질적인 병폐인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라도 약값 추가 인하를 해야 한다는 의지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일괄적인 인하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신약 개발 등 R&D 투자 비용은 고사하고 정상적인 영업 경비도 나오지 않아 업계가 말라죽을 형편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1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불법 리베이트 행위로 적발된 제약사의 의약품 가격을 10월 중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격이 인하되는 의약품은 7개 제약사의 131개 품목으로 철원군보건소 등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에게 의약품의 처방 대가로 뇌물을 제공해 적발된 6개 제약사의 115품목과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에게 금전을 제공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적발된 종근당의 16품목이다.
언론에 크게 게재된 이 내용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정부 특히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이야기 되던 보험약값 추가 인하에 대한 실질적 행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의료보험 재정 안정화와 의약품 거래의 투명화라는 측면에서 의보 적용 약값을 일괄적으로 낮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미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 제안되고 논의되었던 사항이다.
지난 8월 3일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제5차 전체회의를 열어 ‘제3호 안건 : 약품비 지출 합리화 및 제약 산업 발전방안’을 심의했다.
결국 오는 12일 개최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약값 추가 인하안이 결정될 예정이다. 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의 하나로 검토해왔던 특허 만료 의약품과 퍼스트 제네릭 상한가격의 구체적 인하율이 이날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건정심’ 회의 종료 후 브리핑을 갖고 약가정책 개편안을 공식 발표하는 방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이미 보험등재 의약품의 약가인하(기등재의약품정비사업)와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에 의해 최소 1조원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는 산업 피해가 발생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가 추가 2조원 이상의 약가인하 피해가 예상되는 ‘보험의약품 일괄 약가인하’ 방안을 추진하려는 것은 제약업계가 감내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제약협회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등 약가정책 개편안이 업계를 고사시키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개편안에 업계 의견 반영 여부도 주목된다. 정부의 방침대로 약값이 추가 인하되면 당장 의료보험 재정에 도움이 되고 국민들의 부담은 줄어든다. 하지만 시장을 무시한 관 주도의 일괄 인하는 관련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소지도 남아 있다.
정부의 의지가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인지, 관련 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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