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가동된 국정조사 특위는 전체 일정 중 절반인 22일을 흘려보냈지만, 증인채택 문제가 표류하면서 기본적인 실사일정과 서류제출 요구서조차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하는 첫 번째 회의를 제외하면 전체회의가 제대로 진행된 적도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위원회의 안건은 여야 간사 협의로 선정하는 것인데 한나라당이 무슨 근거로 절차를 위반하면서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료 분석을 위해 서류제출 안건 정도는 오늘 처리가 가능하지만, 일정은 증인채택과 일괄타결 해야 한다"고 맞섰다.
지금까지 여야 간사간 협의에서 채택된 증인은 모두 64명이지만 현역 정치인이나 권력의 핵심 인물은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 여기에 증인 가운데 부산저축은행의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 등은 구속 중으로 청문회에 불출석 할 가능성이 높다. 또 브로커 의혹을 받고 있는 삼화저축은행 대주주 이철수씨는 수배 중이고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박태규씨는 캐나다로 도피 중이다. 이렇다보니 청문회에 참석할 증인은 금융감독원 직원이거나 기업 간부들에 불과해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책임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위 간사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여야 원내대표가 직접 만나 정치적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특위 위원장인 정 의원은 "지금 단계에서는 여야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특위 간사들이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하지만 이번 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에는 여야 원내대표가 협의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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