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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달인? 이번엔 제대로 한 문제 틀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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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내가 근무하던 재보험사 제너럴리를 인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워런 버핏은 장부가로 약 80억 달러이던 제너럴리를 22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이는 세계 최고의 가치투자자로서는 상당히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이었다.

당시 많은 친구들이 왜 워런 버핏이 그렇게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제너럴리를 인수했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전문가인 나조차 그 거래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제너럴리에서 운용을 담당하던 조셉 칼란드로(Joseph Calandro Jr.)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버핏의 인수를 이해하기 위해, 벤저민 그레이엄이 워런 버핏을 가르쳤던 컬럼비아 대학원에 들어가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실전강좌를 수강했다.

또 각종 가치투자 관련 자료와 데이터를 연구, <가치투자 실전응용법>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그레이엄의 가치투자법을 뼈대로 해 워런 버핏의 투자법까지 포괄하는, 현대화된 가치투자법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계산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내재가치를 스스로 계산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더없이 친절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부터 칼란드로의 계산법을 통해 그레이엄과 버핏의 내재가치 방법론에 접근해 보도록 하자.

칼란드로의 내재가치 계산법의 큰 골격은 대차대조표에서 추정된 순자산가치와 손익계산서에서 추정된 수익가치, 그리고 이를 응용한 성장가치를 분석하는 것이다.

칼란드로가 제시한 계산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매출채권에 대손충당금을 더하고, 부동산은 현시세로 대체하며, 기계장비 등은 25~50%를 할인하고, 판매관리비에 1~3의 배수를 곱한 수치를 영업권, 즉 무형자산으로 조정하여 대차대조표상의 순자산가치를 구한다.

최근 수년간 영업이익의 평균에 감가상각비와 현금에서 발생한 이자수입을 더하고, 옵션비용을 공제해 구한 세전이익에 법인세를 차감, 순이익을 구한다. 이후 미국채 수익률의 2.5배를 할인률의 역수로 PER을 추정해 순이익에 곱한 금액에 현금을 더해 수익가치를 구한다.

이렇게 구한 수익가치가 순자산가치보다 크다면, 그 차이를 프랜차이즈 가치로 본다.

수익가치 계산 중에 구한 순이익을 순자산가치로 나눈 수치를 순자산가치수익률을 예상배당을 고려한 자기자본비용율로 나눈 수치를 성장배수라고 하며, 수익가치와 성장배수를 곱해 성장가치를 구한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우량주의 경우 순자산가치<수익가치<성장가치가 되어야 한다.

지난 2004년 램퍼트에 인수된 유명백화점 시어스의 사례를 보면 실제 인수가는 109억 달러로 장부가 60억 달러의 1.8배에 달했다.

하지만 위 계산법에 의한 순자산가치는 165억 달러, 수익가치는 166억 달러로 이들 금액에 1/3 정도를 안전마진으로 할인한 110억 달러와 유사한 금액인 점으로 보아 적당한 안전마진을 둔 가격이라고 보여진다.

다만 시어스의 경우 수익가치가 순자산가치와 거의 같은 수준이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번에는 그레이엄의 수제자인 워런 버핏이 과연 그레이엄식 밸류에이션으로 볼 때 올바른 투자활동을 했는지 살펴보자.

가이코는 공무원 등 비교적 안전한 계층을 대상으로 보험모집 대리인 방식이 아니라 직접 보험을 판매하는 공무원 보험회사이다.

워런 버핏이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교육을 받을 당시, 그레이엄은 가이코의 회장이었는데 스승이 회장으로 있는 회사가 도대체 어떤 회사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버핏은 1951년 1월 어느 토요일에 가이코의 본사를 방문, 당시 임원으로 있는 로리머 데이비슨을 면담했다. 이들은 가이코에 대해 4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었고, 그 때부터 버핏은 가이코에 본격적으로 매혹되었다.

버핏이 졸업 후 고향에서 주식중개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이코 주식에만 관심을 가졌다고 실토한 바 있는데, 심지어 1951년 12월 <커머셜 & 파이낸셜 크로니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식’이라는 제목으로 가이코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더욱이 버핏은 대략 1만 달러 어치의 가이코 주식을 매입했다가, 나중에 1만5000 달러 수준에서 매도해 약 50%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가이코의 주식을 모두 매도한 이후에도 버핏은 가이코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다가, 드디어 1995년에 당시 시련에 봉착한 가이코를 인수하게 된다.

이를 두고 전기작가 로저 로웬슈타인은 "버핏에게 있어 가이코를 구원하는 것은 그레이엄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그레이엄의 회사를 구한다는 2개의 판타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에서 거론한 밸류에이션 방식에 따르면, 인수 당시 가이코의 순자산가치는 14억 달러, 수익가치는 23억 달러, 성장가치는 35억 달러로 계산된다. 이를 주당가치로 환산하면 순자산가치는 44 달러, 수익가치는 69 달러, 성장가치는 106 달러가 된다.

실제로 버핏이 가이코를 인수한 가격은 주당 70 달러였는데, 이는 수익가치와 유사한 수준이며, 성장가치를 기준으로 할 때 34%의 안전마진을 두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아주 훌륭한 가치투자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게다가 인수 후 가이코는 보험료 수입 개선효과로만 8%의 추가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포함, 눈부신 성장에 힘입어 2009년 현재가치가 인수 당시 성장가치인 주당 106 달러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이코를 인수해 대단한 성공을 거둔 후, 1998년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220억 달러에 재보험사 제너널리(젠리)를 인수했다.

당시 젠리의 장부가치는 81억 달러였기 때문에 무형의 프랜차이즈 가치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불한 셈이었다.

마찬가지로 앞에서 거론한 밸류에이션 방식에 따르면 젠리의 순자산가치는 96억 달러, 수익가치는 216억 달러, 성장가치는 478억 달러로 계산된다.

그러므로 버핏의 인수금액은 수익가치와 유사한 수준이며, 성장가치를 기준으로 할 때 54%의 안전마진을 두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역시 가치투자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젠리는 이후 지급준비금 책정 오류, 재보험료 가격 전쟁, 9.11 테러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과적으로 버핏이 판단했던 프랜차이즈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무형적인 프랜차이즈와 성장은 가이코의 사례처럼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젠리의 경우처럼 그 변동성 때문에 무형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기는 본질적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그레이엄은 성장가치 평가에 대해 매우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버핏이 인수자금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핏은 한동안 젠리의 인수에 ‘시너지 효과’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데, 10년이 지난 200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젠리의 명성에만 사로 잡혀 실체적 결함을 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와같이 칼란드로에 의해 현대화된 그레이엄의 밸류에이션으로 볼 때, 버핏의 여러 인수 사례는 나름대로 적절한 안전마진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칼란드로의 방식 중에서 약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칼란드로는 판관비의 1~3배를 무형자산으로 평가하자고 했는데, 추가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즉 기업의 판관비가 커질수록 오히려 무형자산가치를 과대평가해야 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판관비를 줄였더니 무형자산가치가 낮아지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만한 수준의 기업을 운영하려면 필요한 판관비 정도를 무형자산으로 추정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고 보여진다.

또 순자산가치수익률을 예상배당을 고려한 자기자본비용률로 나누어 성장배수를 산출하는데, 배당수준이 낮을수록 고성장기업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이는 애초에 배당성향을 중시한 그레이엄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시각이다.

하지만 기업이 소액주주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낮은 배당이지만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경우라면 설명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버핏이 젠리를 인수한 1998년 훨씬 이전인 1976년에 이미 그레이엄이 운명을 달리 하였지만, 아마 살아 있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버핏군, 자네도 이번엔 제대로 한 문제 틀렸네.”




신진오 가치투자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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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오 가치투자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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