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한화 감독의 별명은 ‘야왕’이다. ‘야구의 왕’이라는 뜻이다. 어려운 팀 사정에도 팀을 강하게 성장시켜 이 같은 별명이 붙여졌다.
한화는 2009년부터 잦은 전력누수에 시달렸다. 마운드에서는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최영필 등 베테랑들이 모두 은퇴했다. 타선에서는 김태균, 이범호, 이영우, 김태완, 송광민 등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하위로 전망된 건 당연했다.
승승장구 속에 최근 한대화 감독은 팬들로부터 별명을 하나 더 얻었다. ‘세종대왕’이다. 이 같은 환대는 양승호 롯데 감독과 크게 비교된다. 부임 첫 해를 맞은 그는 팬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외면당한다. 크게 상반된 반응으로 한대화 감독의 위상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한대화 감독과 필자는 2001년 대만월드컵대회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코치와 선수로 만났는데 경기 전 타격훈련에서 항상 배팅 볼을 손수 던져줬다. 그는 솔선수범의 대명사였다. 선수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나섰다. 뼈 있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그와 자주 대화를 나눴다. 큰 거리감 없이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일반적으로 코치나 감독 자리에 오르면 ‘좋은 사람도 변한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팀 통솔에 대한 어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선수들과의 거리감은 자칫 조직원과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한대화 감독은 이 같은 관념을 깬 장본인이다. 경기에서 독단적인 판단으로 팀을 그르치는 법이 없다. 늘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거쳐 문제를 해결한다. 베테랑 선수들과도 자주 대화를 시도, 의견을 소통하려 애쓴다.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하나 더 있다. 현실적인 눈이다. 팀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수정 보완한다. 멕시코에서 카림 가르시아를 데려온 것이 대표적이다. 한화는 타 팀에 비해 투수력이 약하다. 용병 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투수와 타자 가운데 한 쪽을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한대화 감독은 오넬리 페레즈, 훌리오 데폴라 등 외국인 투수 2명을 과감하게 내쳤다. 그리고 가르시아를 데려와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맞아떨어진 셈.
2년차 감독이지만 이는 만점을 줘도 모자라다. 선수를 보는 안목, 투수교체 타이밍, 대타 작전, 팀 운영 등에서도 그는 경력 이상의 능력을 선보인다. 남은 시즌 한화가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마해영 ISPN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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