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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블랙코미디로 써 내려간 간첩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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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특별기획 <타임> ‘간첩’ 목 MBC 밤 11시 5분
“이른 아침 산 속에서 양복 입고 내려오는 자. 광화문 앞에서 중앙청을 찾는 자. 술집에서 취한 김에 동무 동무 하는 자” ‘간첩’의 클로징 테마 ‘간첩송’은 이런 자를 보면 “지체 없이 113”번을 누르라 권한다. 남북갈등이 훨씬 더 첨예하던 그 시절 우리는 ‘간첩은 도처에 있다’고 교육받았다. 첩보영화를 준비하던 류승완 감독이 <시사IN> 주진우 기자만 믿고 직접 간첩을 찾아 나선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상식적으로 영화감독과 기자의 능력만으로 찾을 수 있다면 그건 간첩이 아닐 테지만, 이들은 호기롭게 간첩을 찾아 나서고 번번이 실패한다. 관계자들을 만날수록 막연하게 그린 간첩의 이미지는 휘발되고, 주 기자는 “이게 아닌 거 같은데. 간첩이 뭐지? 하고 어리둥절해 길을 잃은 상태”라고 자백한다. 급기야 류승완 감독은 각종 드라마에서 잘라낸 조롱조의 대사들을 끼워 넣으며 스스로를 냉소하기에 이른다. ‘간첩 을 찾는다’는 목표만 놓고 보면 ‘간첩’은 처절한 실패의 기록을 담은 블랙코미디다.

대신 ‘간첩’은 시대에 휩쓸렸던 이들을 호명해 간첩으로 몰렸던 그들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이었는지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통일의 꽃’ 임수경은 베를린에 도착해 ‘배 고프니 된장찌개를 달라’고 조르던 여대생이었고, 거물급 간첩인 줄 알았던 어수갑은 평양까지 다 와서 불안함에 “그냥 돌아가면 안 되냐”고 물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북한 통일전선부 출신 장진성은 통전부의 최근 업무가 고작 “리플과 뉴스 퍼나르기를 통한 여론몰이”라고 말한다. 결국 접선에 성공한 ‘진짜’ 전직 간첩 오길남은 북에 가면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를 계속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순진한 책상물림이었다. 그의 회한에 찬 표정을 통해 ‘간첩’은 그간 우리가 두려워한 건 과연 실존하는 위협이었을까 묻는다. 수 십 년간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감시를 불러온 무시무시한 간첩의 진짜 얼굴은 무엇이란 말인가. 45분간의 쉴새없는 블랙코미디 끝에, 류승완 감독은 묵직한 질문을 달아 슬그머니 시청자 앞으로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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