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한국아이시스로 본 가족친화우수기업
◆LG생명과학
'가족친화적 제도가 기업의 효율과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파격적인 탄력 근무제가 가능했을까? LG생명과학은 2008년부터 '재택근무제'를, 2010년부터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자율출퇴근제란 각 직원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오전 7~10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8시간을 근무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한 직원은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고, 오전 10시에 출근하면 오후 7시에 퇴근하는 식이다. 개발본부 제품개발2팀의 박민형 대리는 "아이가 어려서 돌봐주시는 아주머니가 집에 와 계시는데 아주머니 퇴근시간 때문에 항상 촉박하게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며 "이제 5시에 퇴근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직원들이 회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2007년 시험단계를 거쳐 2008년부터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지금까지 7명의 직원이 재택근무의 혜택을 받았다.
회사의 배려에 그는 정상 출근 때 보다 더 큰 노력으로 보답했다. 일주일에 1번씩 회사로 출근할 때마다 시간대별로 꼼꼼하게 작성한 업무일지를 보고해 어떤 업무를 얼마나 처리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동료들과는 직접 만날 수 없는 만큼 자주 연락하며 더 많이 배려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윤 차장은 "출근을 하지 않다보니 회사에서는 재택근무 중인 직원이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업무 성과를 분명하게 증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국 아이시스
가족친화적 제도는 대기업에서만 시행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깬 회사도 있다. 정보통신(IT)분야 번역서비스를 주 사업으로 하는 한국아이시스는 전체 직원이 76명인 중소기업이다. 이곳에는 둘째 아이부터 출산휴가를 쓰기 쉽지 않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환경에서 셋째까지 낳으며 19년 동안 회사생활을 한 경우도 있다. 류 숙 재경관리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던 건 '탄력휴가제' 덕분이었다. 첫째는 고등학교 3학년이고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 막내는 초등학교 1학년이라 신학기가 되면 아이들 학교행사에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류 부장은 "신학기에 열리는 학부모 총회나 공개 수업, 운동회와 같은 학교 행사에 빠진 적이 없다"며 "언제든 사장님께 문자메시지 한통만 보내면 휴가가 승인되기 때문에 꼬박꼬박 참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류 부장은 "학교 행사에 엄마가 나타나지 않으면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든다"며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왠만한 학교 행사에는 다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휴가를 쓰고 싶을 때는 미리 휴가계획서를 내야 한다거나 사유를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거나 하는 절차가 없다"며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문자 한 통만 보내면 바로 휴가를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 부장은 탄력근무제를 신청해 9시30분까지 출근해서 6시30분까지 근무한다. 막내가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라 아침에 등교를 챙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류 부장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 탄력근무제를 신청한 사람은 20명 가까이 된다.
1992년 한국IBM 내 독립부서에서 분사한 한국아이시스는 설립 당시부터 다양한 여성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은 신청자 전원이 사용할 수 있고, 재택근무와 탄력근무제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독자적으로 보육시설을 운영할 여력이 안 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사 건물 1층에 가산디지털단지 내 워킹맘들을 위한 '공동어린이집'을 올해 안에 열 계획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