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는 MBC <강변가요제>를 통해 순식간에 스타로 떠올랐다. 신승훈은 대구의 한 까페에서 통기타를 들고 노래하다 스타가 됐다. 하지만 2011년 현재 가요제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인디씬에서 공연 위주로 활동을 펼치며 스타가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데뷔부터 주목받는 가수들은 거의 대부분 대형 기획사 소속의 준비된 아이돌들 뿐이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길은 하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Mnet < 슈퍼스타K >나 MBC <위대한 탄생>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기존 기획사에 캐스팅되지 않은 가수들에게 거의 유일한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어느 단계까지 출연할 수 있다면 대중의 주목을 쉽게 받을 수 있고, 부수적으로 실력까지 인정 받을 수 있다. 특히 < 슈퍼스타K >와 <위대한 탄생>의 우승자인 허각과 백청강이 모두 어려운 환경을 딛고 우승했다는 점은 가수 지망생들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최근까지 데뷔한 <슈퍼스타K> 출신의 가수들은 이 부분에서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박세미나 주찬양처럼 또 다른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들어가는 것은 이들의 차별화된 가치에 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실제 실력과 별개로 다른 아이돌과의 차별성을 느끼기 어려운 셈이다. 김그림이나 김보경처럼 발라드를 들고 나올 경우 가창력은 인정 받을 수 있지만 이미 수없이 발표된 비슷한 곡들과 경쟁을 치러야 한다. < 슈퍼스타 K > 출신보다 발라드를 들고 나온 신인이 돼 버리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장재인의 행보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가수들과 조금 달라 보인다. 장재인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데뷔 EP 앨범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앨범에 실린 노래들을 쓰게 된 계기와 곡을 만드는 과정의 느낌을 상세하게 말했다. 또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바람과 ‘연예인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그의 태도와 EP앨범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장재인은 현재의 유행을 따라가며 기존 가요계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자신의 고민’, ‘자신만의 색깔’을 내세웠다. 이는 장재인이 <슈퍼스타K2> 때부터 보여준 자신의 캐릭터였다. 인디 레이블에 소속되지 않았으면서도 전곡 작사·작곡·연주·편곡,·앨범 프로듀싱까지 맡아 할 만큼 자신의 음악적인 고집을 꺾지 않으면서, 장재인은 대중이 기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욱 강조할 수 있게 됐다. 음반의 완성도와 별개로, < 슈퍼스타 K >로 장재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자의식이 있는 뮤지션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흥미를 갖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 당장의 트렌드를 의식하기 보다 이미 형성된 장재인의 캐릭터와 음악을 보다 탄탄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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