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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첫 경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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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고객님들은 처음 머리 올린 골프장과 캐디는 꼭 기억합니다.

뭐든지 첫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 때문이죠.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뭐든 다 신기합니다. 저도 첫 라운드를 오신 분들을 많이 만나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고객님이 있습니다. 첫 티 샷 준비를 하면서 티에서 볼을 몇 번씩이나 떨어뜨리죠. 손을 너무 떨고 있어서입니다.
제가 티에 볼을 올려드리면 헛스윙을 몇 번이나 하십니다. 그나마 겨우 맞은 공도 낮은 땅볼로 굴러가는 게 야속하기만 합니다. 세컨드 샷 지점으로 이동해 클럽을 전해드리면 그린의 위치가 어딘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카트가 자동으로 이동하면 혼자서 가는 카트를 정말 신기해합니다.

겨우 그린에 볼을 올리고 동반자가 어프로치 샷을 잘했다는 의미로 "오~케이, 잘 했어"라고 하시면 5m가 넘는 거리에서도 볼을 냉큼 주워 버립니다. "오~케이"는 무조건 볼을 집으라고 배우셨답니다. 그 다음부터는 당연히 동반자의 입에서 "오~케이"라는 말이 절대 나오지 않는 까닭입니다.

볼이 나무 지주목에 걸리자 "캐디님, 이 볼을 어떡하죠?"라고 물어보십니다. 저는 "지주목은 빼고 치셔도 돼요"라고 대답합니다. 잠깐 고객님에게서 눈을 뗀 사이에 동반자들께서 "언니, 빨리 좀 가 봐"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돌려 고객님을 보니 낑낑거리며 볼이 아닌 지주목을 빼고 계시지 뭐예요.
"아~차~" 첫 라운드의 순진한 고객님께는 평범한 대화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늘집'이 아닌 '매점'을 찾으셨고, 7번째 홀을 마쳤는데 전반 9홀이 다 끝난 줄 알고 카트에서 내리시는 고객님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달라지겠지요. 언젠가 이쑤시개를 씹으시며 여유롭게 클럽하우스 문을 열고 나오시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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