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피플+]이정수, 좌절의 벽을 허물다(인터뷰)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출처=이정수 제공

출처=이정수 제공

AD
원본보기 아이콘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이정수(단국대)에게 지난해는 특별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첫 번째는 달콤했다. 수년간 흘린 땀의 결실을 맺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와 15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000m 계주에서 획득한 은메달은 덤. 금의환향은 당연했다. 어디를 가도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귀여운 외모 덕에 소녀 팬까지 확보했다. 김동성, 안현수를 잇는 또 하나의 쇼트트랙 스타 탄생이었다. 하지만 그 수명은 길지 않았다. 이내 또 한 번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지난해 4월 불거진 ‘대표선발전 짬짜미 의혹’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대한체육회 등으로 구성된 공동조사위원회는 2009년 대표선발전 1,000m 준결승에서 이정수와 곽윤기가 서로 도왔다고 판단, 최소 1년 이상의 자격정지를 권고했다. 내려진 징계는 자격정지 1년. 둘은 바로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대한체육회로부터 각각 6개월의 완화 조치를 받았다. 경감에도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상처가 이미 깊게 패인 탓이다. 대표선발전 출전은 물거품이 됐고 세상의 의심과 비난은 그치지 않았다. 이정수는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려의 시선에 더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운동을 그만둘까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했다. 혹독한 시련에도 마음을 다잡은 요인은 무엇일까. 그간 빙판에서 보낸 세월 속에 답은 숨겨져 있다.

이하 이정수와의 인터뷰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지난해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은데."

이정수(이하 이) "주변에서 더 많이 걱정하더라. 대부분 운동을 포기하거나 좋지 않은 행동을 저지를까 우려했다. 사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부모님도 그랬고. 쇼트트랙을 하다 보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출처=이정수 제공

출처=이정수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스투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나."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사례는 처음이었다. 자격정지가 3년까지 거론됐으니까. 불안했지만 겁을 먹진 않았다. 잘못한 게 없었다. 그저 잘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스투 "혹독한 시련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비결이 궁금하다."

"쇼트트랙을 한 덕분이다. 개인운동은 스스로 할 일이 많다. 자기관리, 감정 컨트롤, 컨디션 조절 등을 해내며 내성이 생겼다. 어렸을 때 혼자 보낸 시간이 많았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스투 "어린 시절을 주로 혼자 보내야 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했다. 한 살 터울 누나는 피겨 스케이팅을 했고. 남들처럼 함께 지낼 기회가 적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스케이트를 신으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스투 "현재 거처도 두 곳인데."

"지난해 징계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혼자 훈련하는 장소가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이다. 어쩔 수 없이 인근에 오피스텔을 잡았다. 다시 대표 팀에 합류하게 돼 조만간 방을 뺄 예정이다."

스투 "‘대표선발전 짬짜미 의혹’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선수로서 달라진 건 없다. 어린 나이에 큰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 삶을 크게 볼 때 이는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이정수 제공

출처=이정수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스투 "운동 재개에 지장은 없었나."

"(고개를 가로저으며)전혀.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긴장을 잃기 쉽다. 짬짜미 사태는 그런 측면에서 나를 다잡아줬다. 더 정신을 차리게 해줬고.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쯤 광고 출연비나 세고 있었을지 모른다(웃음)."

스투 "광고 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나보다."

"생각보다 많이 왔다. 아직 응한 적은 없다. 최근에도 몇 차례 제의를 거절했다. 쇼트트랙에 더 집중하고 싶다."

스투 "함께 징계를 받은 곽윤기(연세대)와 오해는 풀었나."

"서로 화해는 했지만 아직 어색하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스투 "지난해 10월 논산훈련소에 입소, 4주간 군사훈련을 소화했는데."

"내 집 같이 편했다. 원래 어디서든 잘 잔다. 적응을 잘 하기보단 신경을 잘 쓰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재미는 있었지만 다시 가긴 싫다. 머리도 잘라야 하고 피부도 상하기 쉬웠다. 퇴소 3일 전에 전기면도기와 로션을 도둑맞기도 했다."

스투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콤플렉스도 있나."

"조그만 크기의 머리다. 화보 촬영 때 메이크업을 받은 적이 있는데 스태프들이 탑 여배우보다도 더 작다고 했다."

스투 "혹시 자랑하는 건가."

"아니다. 얼굴이 작아서 피해를 많이 본다. 말라보이고 약해보이는 게 싫다. 여자들도 자기들보다 얼굴이 작다고 피한다. 그게 얼마나 큰 상처인줄 모른다."

출처=이정수 제공

출처=이정수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스투 "복귀무대였던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3관왕(500m, 1500m, 3000m 계주)에 올랐는데."

"‘대표선발전 짬짜미 의혹’ 뒤로 남들이 어떻게 볼까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서 이를 악 물고 준비했다. 첫 성적이 어느 정도 나와야만 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투 "따로 훈련에 변화를 가한 점이 있다면."

"실전감각 회복을 위해 뒤에서 추월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마무리가 부족한 편이라 도움이 많이 됐다."

스투 "끌어올린 스피드는 만족스럽나."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확실히 속도는 나이가 먹고 근육이 붙어야 향상된다. 체력만 보강한다면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스투 "지난달 2011-2012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안현수와 동점(42점)을 이뤘으나 3000m 슈퍼파이널 순위에서 앞서 전체 4위로 대표 팀에 턱걸이 승선했다."

"선수들의 체력이 모두 좋아졌더라. 스피드만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경기운영 방식에 변화를 가할 계획이다."

스투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나."

출처=이정수 제공

출처=이정수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2008년만 해도 앞에서 레이스를 끌어가는 건 늘 내 몫이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절반 이상이 비슷한 스타일로 경기를 소화한다. 이전 방식을 고수하되 다른 측면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더 이상은 영업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웃음)."

스투 "이번 선발전에서 가장 눈에 띠는 선수는 누구였나."

"(곽)윤기다. 이전에도 잘 탔지만 최근 물이 올랐다. 레이스에 여유도 생겼고."

스투 "대회를 치르기 전 부담은 없었나."

"첫째 날 부진한 성적에 많이 느꼈다. 사비로 또 1년 동안 밥을 사먹어야 한다고 가정하니 정신이 바짝 났다. 한 달에 50만원씩 지출하는 오피스텔 월세도 걱정됐고. 긍정적인 생각으로는 경기를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오기가 있어야만 행운도 따르는 것 같다."

스투 "안현수를 밀어내고 대표 팀에 합류했는데."

"경기를 하며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최근 러시아로 건너가 귀화를 고민 중이라고 들었다. 러시아 대표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만난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안)현수 형은 이전부터 롤 모델이었다. 흠 잡을 데 없이 잘 탄다. 아마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2010 밴쿠버올림픽 때 로비에서 만난 중국선수들의 노트북에 바탕화면 사진으로 설정되어 있어 놀란 적도 있다."

스투 "다시 대표 팀에 합류한 소감은."

"2008년 처음 뽑혔을 때의 기분이다. 마냥 설렌다. 당시는 막내였지만 어느덧 대표 팀 분위기를 이끌 나이가 됐다.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래야 후배들도 따라와 줄 테니까."

스투 "201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상위 입상자들에 밀려 계주밖에 나서지 못하는데."

"상관없다. 지금은 대표 팀에 합류한 것만으로 만족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1년 동안 체력 보강에 주력해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노리겠다. 그 때가 바로 진짜 승부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