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물가인상 주범으로 몰려 대규모 손해를 감수하고 기름값 인하를 단행했던 정유업계는 계속되는 압박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기름값 잡기에 사활을 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오 회장의 발언에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결국 연임 보류에 이어 교체까지 감행됐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말 한마디'가 오 회장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석유협회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를 회원사로 둔 정유업계 대표 이익단체다. 하지만 정부쪽 인사를 수장직에 앉히면서 이익단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정유사의 입장을 대변할 자리를 뽑는 데 되레 정부가 강력한 입김을 행사한 탓이다.
이번 석유협회 수장의 전격 교체는 물가 잡기에 혈안이 된 정부가 어떤 자세로 '기업 길들이기'에 나서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칼날'을 빗겨갈 수 없다는 교훈은 덤이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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