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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나는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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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방송사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필자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선생님들도 이를 패러디해 '나는 스승이다'라고 당당히 외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보았다. 자신이 하는 일을 세상에 당당히 밝힐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필자의 바람과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급속한 교육의 양적 팽창을 지속해왔다. 우리 부모들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 공부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의지만으로 어려운 시절을 버티며 살아왔다. 이런 희생과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는 이만큼 잘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은 갈수록 삭막해져가고 있다. '스승'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신 그 자리를 '교사' 또는 '선생'이란 용어가 대체재처럼 자리잡았다. 전문직 교사관에 배치되는 노동직 교사관이 교직사회 일부에서 강하게 주장되더니 교원노조가 합법화되었다. '교사'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를 굳혀 가면서 교사에게 기능적 의무만 존재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특히 진보교육감 등장 이후 학생인권 조례 및 체벌 전면금지가 시행되자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교칙을 어기고 수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학생을 괴롭혀도 엄하게 야단을 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학생인권 운운하며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대드는 제자 앞에서 엄한 스승의 모습은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학교민주화의 진전이라거나 학생인권 신장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교사라는 직업이 제도화ㆍ계약화ㆍ규격화될 때 '선생과 학생'이라는 냉혹한 계약관계, 권리와 의무로 연계된 제도적ㆍ법률적 관계만이 남게 된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과거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 속에 둥지를 틀었던 따뜻한 교육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한민국 교육자를 '국가 건설자(National Builder)'라고 치켜세우고 있음에도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교사들의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게 나타났다. 자기 효능감은 자신이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음을 뜻한다. 이것이 낮아서는 일을 잘하기는커녕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조차 생겨나기 어렵다.

어느 나라든 '스승이 초라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인식될 때 교육자는 물론 학생, 학부모 나아가 사회가 입는 손해와 손실은 막대했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실시한 '스승의 날 교원인식조사' 결과, 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만족도 및 사기는 최근 1~2년간 더욱 떨어졌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겼다. 교직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학부모ㆍ학생에 대한 권위가 상실되어서'라는 응답(66.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교사들은 기가 죽고 풀이 꺾여 있다. 그나마 교과부가 올 상반기 중 교원사기 진작책을 마련할 것을 교직사회에 약속한 것이 다행이다. 보름 뒤면 스승의 날이다. 올해는 그 어느 해 스승의 날보다 열정과 사랑을 가진 스승이 더욱 많아지도록 비판보다는 격려가 넘쳐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교직사회도 '나는 스승이다'라는 자긍심 넘치는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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