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김석동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지주사 회장단 모임에서는 신용카드 과당경쟁과 부실 PF대출 처리 등 금융현안에 대한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해 '큰 형님'이란 말을 들었지만, 22일 한국은행에서는 집 주인(한은총재)의 초대에 응한 '얌전한 손님'이었다.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자리에서는 '역할'을 다 했지만, 행장 자격으로 참석한 곳에서는 최대한 말을 아낀 것이다.
강 회장과 함께 취임 후 첫번째로 이번 모임에 모습을 보인 이순우 행장이 김 총재의 환영사에 "(금융협의회에) 처음 와 본다"며 말문을 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처음 출석한 소감을 말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18일 금융지주사 회장단 조찬 회동에서 '제 2의 카드대란'을 경고하며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들에게 쓴소리를 했던 강 회장의 기개(?)는 찾기 힘들었다.
한은 금융협의회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한은총재가 '은행의 은행'인 중앙은행 수장의 입장에서 금융현안에 대한 은행장들의 견해를 듣고 답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하기에는 '격'이 한 단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강 회장은 김 총재와 현 정부 1기 경제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또 지난 해에는 어윤대 현 KB금융지주 회장 등과 한은총재 후보로 거론돼 김 총재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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