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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두산 팬도 SK 경기를 재밌게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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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구단 관전 포인트

매년, 개막시즌마다 프로야구 팬들은 ‘우리 팀’의 우승을 꿈꾼다. 선발 원투 펀치가 제 몫만 해주면, 유망주 포텐셜만 터지면, 올해 들여온 FA가 돈값 두 배만 해주면.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을야구가 끝난 자리에는 단 하나의 우승팀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나머지 7팀의 팬들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만은 않는 건, 결과 이전에 과정이 있고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두산 팬이라면 과연 한국시리즈 진출 무산에 대해 화낼 수 있을까. 개막 전 많은 스포츠 전문가들이 각 팀 전력 분석을 통해 우승 후보를 가리지만 <10 아시아>는 각 팀별로 즐겁거나 조마조마하게 야구를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뽑아보았다. 물론 야구를 보는 최고의 즐거움은 ‘우리 팀’의 우승이겠지만, 적어도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모든 팀의 팬들에게 아쉬움 따위 남지 않길 바란다.


SK 와이번스
“우리가 지금까지 너희들에 대해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구나.”
<드래곤 길들이기> 중
SK는 강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박경완의 부상을 비롯한 주축 멤버 손실 때문에 SK가 예전 같이 독주하진 못하리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그래도 SK는 여전한 강팀이자 우승후보다. 이제 SK 왕조를 공고히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건, 어쩌면 그 왕조의 건국이념을 널리 알리고 공감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팬들에게야 최고의 조직력과 전술을 갖춘 팀이지만 사실 SK의 이기는 야구에 공감하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가차 없는 투수 교체는 믿음의 부족으로, 진루에 대한 의지는 집착으로. 하지만 김광현과 박경완이 없는 어려움 속에서 최고의 명승부를 만들며 2009년 준우승을 차지하고, 지난해 김성근 감독이 수염까지 길러가며 연승 행진을 하는 동안, 이제 많은 사람들이 SK, 더 정확히는 김성근 감독의 이기는 야구를 하나의 철학으로 존중하게 됐다. 모두가 SK의 팬이 될 필요도, 모든 팀이 SK의 야구를 이상향으로 삼을 필요도 없지만, 적어도 이들의 스타일에 분노 아닌 감탄을 느낄 때 야구계의 학습능력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준플레이오프? 그건 먹는 건가요?
최고의 시나리오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3년 전처럼...<#10_LINE#>

삼성 라이온즈
“그대가 찾는 부처는 법당에 있고, 내가 찾는 부처는, 이 방안에, 이 술잔 속에 있어.”
김성동 <만다라> 중

돌부처 부활. 아마 삼성팬들에게도, 나오면 막는 최강의 클로저에 대한 로망을 지닌 야구팬들에게도 이번 시즌 가장 듣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만큼 국내 최고 클로저 오승환의 존재감은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 체제에서 튼튼한 불펜을 보유했던 지난해 삼성은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53연승을 하며 여간해선 뒷심 부족으로 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뒷문을 확실하게 잠가주는 오승환의 복귀가 고마운 만큼, 경기의 허리를 책임졌던 권혁의 어깨 부상 아쉬운 건 그래서다. 돌부처의 임팩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합리적이면서도 절묘한 타이밍의 투수 로테이션이다. 비록 권혁과 장원삼의 상태가 좋지 않지만 작년보다 투수력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 시즌 삼성의 진짜 포인트는 돌부처 부활이 아닌, 류중일 신임감독의 투수 운용일지도 모르겠다.
최악의 시나리오 강속구 투수 오승환, 강속구 투수‘였던’ 기아 이대진의 전철 밟아.
최고의 시나리오 타격 강화를 위해 차기 감독 자리를 전제하고, 양준혁 타격 코치로 영입. 타선 대폭발.<#10_LINE#>

두산 베어스
“생존자들에게 남겨진 건 기계와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악몽 뿐이었다.”
<터미네이터 2> 중

0.395. 5리 차이로 ‘사못쓰’를 벗어나지 못한, 김현수의 개막 전 시범경기 타율이다. 사실 괴물들의 집합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4할 타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 야구에서 4할 타자가 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걸고 싶다면, 역시 그 대상은 인간의 마음이 없는 타격기계 김현수가 되지 않을까. 안타를 때린다기보다는 제조해내는 듯한 그는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이대호에게 뺏겼던 최다 안타 타이틀 회수까지 공언한 상태다. 최고 수준의 공-수-주 밸런스를 갖춘 두산이지만 역시 최고의 장점과 매력은 어디 하나 빈틈이 없는 불방망이 타선이다. 지난해 시즌 초반, 정말 타격 종결자의 위엄을 보여줬던 김현수의 좀 더 기계다운 타격, 그리고 예비 FA라는 최고의 보약을 먹고 나온 김동주의 활약으로 두산 타선이 어디까지 불타오를지 보는 건 두산 팬 아닌 이들에게도 큰 흥밋거리일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스피두! 파워두! 허슬두! 최고의 분위기로 코리안시리즈까지 파죽지세. 그리고 또 준우승.
최고의 시나리오 대 SK전 전승.<#10_LINE#>

롯데 자이언츠
“행복은 희생 없이 얻을 수 없는가?”
<자이언트 로보> 중

3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지만 올해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롯데가 약하거나 여전히 불안하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해 ‘삼못쓰’였던 화력은 올해도 건재하고, 진통 속에 영입한 고원준은 어쨌든 마운드의 희망이 될 것이다. 다만 전력 평준화 때문에 ‘강팀’ 롯데로서도 가을야구가 쉽지 않다. 이제 롯데가 증명해야 할 것은, 가을야구에 어울리는 팀이라는 것이 아닌, 자이언츠 팬들에게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구단인지에 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 반대와 이대호와의 연봉 협의 갈등 등, 현재 롯데는 심지어 팬들에게조차 밉상이 되었다. 때로 행복은 희생 없이 얻을 수 없지만 인심을 희생하는 것만큼 프로구단에 치명적인 건 없다. ‘꼴데’ 시절에도 지지를 보내던 이들조차 상황 봐서 엔씨소프트로 갈아타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가운데, 과연 신임 양승호 감독이 이끄는 자이언츠는 그라운드에서, 그 바깥에서 거인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물론, 그 첫 단추가 가을야구일지도 모르겠지만.
최악의 시나리오 시즌보다는 시즌 끝난 후가 걱정되는 게 사실. 시즌이 끝난 후 벌어질지 모를, 지금 당신이 상상하고 있는 그것‘들’.
최고의 시나리오 그것‘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10_LINE#>

기아 타이거즈
“선생님, 석이랑 석이랑 싸워요.”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야지.”
조석 <마음의 소리> 중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면 최강의 6선발을 갖춘 기아는 분명 강팀이다. 최강의 원투 펀치를 하필 캐비닛에 던졌던 윤석민이 돌아왔고, 미완의 대기 양현종은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후반 최희섭이 버벅대는 동안 ‘형저메’ 투수 버전을 보여준 서재응도 지켜볼만 하다. 이토록 뛰어난 투수진이지만 방어율과 승수를 더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같은 팀 기아의 타자들과 상대할 수 있다면. 이범호의 영입으로 네임밸류만으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클린업트리오가 완성됐지만 고질적 ‘물타선’은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투수들이 만들어주는 0의 행진을 같이 이어주는 타자들. 상대팀과의 대결보다는 투수와 타자 중 누가 먼저 1을 만들어줄지가 가장 아슬아슬한 관람 포인트다. 물론 팬 입장으로선 가장 꼴보기 싫은 시소게임이 되겠지만.
최악의 시나리오 종범신 강제 은퇴. 팬들 반발로 광주구장 붕괴.
최고의 시나리오 Again 80-90's. 왕조의 재건.<#10_LINE#>

LG 트윈스
“루돌프적인 것들이 로엔그람 공의 손에 의해 일소된다면 굳이 동맹이 존속해야 할 이유도 없어지지.”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중

롯데는 3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기아는 2009년 무려 SK를 꺾고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30년사 중 가장 흥미로운 카르텔로 기록될 엘롯기 동맹은 이제 과거의 이름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그들이 내려오길 기다려 동맹을 재건할 것인가, 이제 과거의 동맹국과 가을야구, 그리고 우승을 향한 전쟁을 시작할 것인가.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LG를 강팀으로 분류하진 않지만, 그 어느 때보다 평준화된 리그의 중위권을 혼돈에 빠뜨릴 다크호스로 보고 있다. 160㎞의 강속구 용병 리즈, 그리고 억대 연봉 선수에 합류한 3년차 오지환의 활약 여부에 따라 두산이나 SK 정도의 뚜렷한 강팀 외에는 가을야구 확정까지 제대로 된 진흙탕 싸움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엘롯기 동맹이던 롯데, 기아와는 정말 엎치락뒤치락하는 3~6위 싸움을 벌일 확률이 다분한 만큼, 시즌 전체에서 두근두근 시나리오의 작가 역할을 하는 건 LG가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그들의 활약은 프로야구 600만 관객 시대의 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악의 시나리오 리즈의 160㎞ 광속 직구에 포수이자 타선의 핵 조인성 맞고 시즌 아웃.
최고의 시나리오 이병규의 회춘. 뛰어난 타자에서 종범신, 양신을 잇는 위대한 병규신이 되어 LG를 신바람 시절로 인도.<#10_LINE#>

넥센 히어로즈
“그걸 본 사람들은 유니콘의 몇몇 특성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되죠.”
“이를테면?”
“그들은 외롭고 고결한 마음을 가졌죠.”
<앨리 맥빌> 중

지나가는 개미가 감독을 해도 우승할 수 있다던, 전성기 해태 왕조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거라던 팀이 있었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현대 유니콘스는 그런 팀이었다. 그리고 그건 넥센 히어로즈로서는 지울 수 없는 과거의 영광이다. 물론 박재홍, 박경완 같은 그 시절의 주축 타자들은 새로이 SK 왕조를 이끌고 있고, 대표 투수였던 정민태는 현역에서 물러났고, 연고지는 바뀌었으며, 무엇보다 인수가 아닌 재창단으로 팀 이름과 역사 자체가 바뀌었다. 이후 히어로즈의 역사는 리그 순위 경쟁에서도 스폰서를 찾는 과정에서도 난관에 난관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장원삼과 이현승, 황재균, 이택근 등을 키워냈고, 이들 모두를 팔아치운 뒤에도 손승락과 강정호 등을 A급 선수로 만들어냈다. 자의 없이 타의만으로 유망주 양성소가 되어버린 셈. 하지만 다른 팀처럼 대형 FA로 전력 강화를 하지 않고도 계속해서 희망의 빛을 찾는 정신만큼은 유니콘스 못지않다. 제발, 더는 주요 선수를 팔지만 않는다면 그 성장의 서사만으로도 히어로즈는 팬들을 뭉클하게 할 수 있는 팀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예상했던 선수들이 다른 팀 전력으로 투입. 김시진 감독과 이장석 구단주 의견 충돌 후 김시진 감독 사임.
최고의 시나리오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 코치의 지도 아래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10승 투수들 등장, 4위 미수걸이. KT에서 정식 인수 제의.<#10_LINE#>

한화 이글스
“누구든지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다 해낼 수 있을 거예요.”
<혼자 도는 바람개비>의 실제 주인공 김남식 군의 수기 중

솔직히 인정하자. 현재의 한화 전력은 8개 구단 중, 1약, 혹은 넥센과 함께 2약으로 분류되고 있다. 시범 경기에서의 수준을 보건대, 예전처럼 다른 팀 승수 채워주는 보약이 되진 않겠지만 올해도 한화는 소년가장 류현진의 원맨 팀이 될 확률이 높다. 원맨 팀의 가장 큰 문제는 평균 전력을 나머지 선수들이 깎아먹는다는 사실이 아니라, 가장이 쓰러졌을 때 그대로 가세가 기운다는 것이다. 고졸 최대어 유창식과 시범경기에서 홈런 2방을 쏘아올린 나성용을 비롯한 새로운 소년가장들을 길러낼 필요가 있는 건 그래서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유창식이 류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첫 해부터 MVP급 활약을 해주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당장 4위권에 들길 바라기보다는 2년, 3년 후를 기약하는 것이, 팀과 ‘혼자 도는 바람개비’ 류현진을 위한 길일 것이다. 이번 시즌 제대로 근성을 보여주고, 유망주들이 미래를 보여준다면, 그 설렘은 가을야구에 진출하든 못하든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대형 신인 유창식, 대형 신인 유원상의 계보를 잇다.
최고의 시나리오 KBS에서 김석류에게 <스포츠타임> 앵커 자리 제의. 아내와 함께 김태균 다시 한국행, 한화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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