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치열한 내부경쟁을 뚫고 우리은행장으로 내정된 이순우 수석부행장이 민영화, 조직 안정, 경영 성과 등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22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 행장 내정자의 표정은 밝았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게 은행 안팎의 평가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호흡 맞추기를 통해 조직안정과 그룹 최대 현안인 민영화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외형 확대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하지만 민영화 방식과 절차,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아 이 행장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 특히 정부와 이팔성 회장 간 입장 차이가 발생할 경우 중간 조율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최근 강만수 산업은행장 취임에 즈음해 우리금융, 기업은행, 산업은행이 합쳐진 메가뱅크 시나리오가 불거지고 있어 독자적 생존을 위해서는 헤쳐내야 할 일이 많다.
이 행장 내정자가 기자회견에서 우리금융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민영화 최전방에서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도 이러한 기류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한일은행 출신인 이 회장 연임을 의식해 상업 출신인 이 수석부행장 카드를 선택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선이 미뤄졌다는 말이 은행안에 퍼져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와 관련 이 행장 내정자가 적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조직 내부사정에 밝은데다 친화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상대였던 한일 출신 인사들을 껴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실저축은행 인수 등 외형 확장을 추진하면서 내실도 다져야하는 상충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도 이 행장 내정자의 몫이다.
우리은행의 지난해말 총자산은 240조원으로 국민은행(271조원), 신한은행(234조원), 하나+외환(269조원) 못지 않지만, 1인당 생산성이 경쟁 지주사의 절반 정도인 8000만원에 그치고 있다. 특히 향후 금융불안 등 실적악화에 대한 완충정도를 나타내는 무수익여신(NPL)커버리지 비율의 경우 70%를 밑돌면서 경쟁사와 30%포인트 이상 뒤쳐져있다.
이와 관련 이 행장 내정자는 "민영화를 비롯해 우리은행이 안고 있는 난제들을 조속히 해결하고 1등 은행을 넘어 글로벌 리딩뱅크로 발전하겠다"며 "고객들에게 최고의 상품과 최상의 서비스는 물론 기업금융 등 금융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1등 은행의 은행장으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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