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주먹은 무쇠같지만, 마음만은 여렸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 개봉을 앞둔 배우 이시영이다.
이시영은 21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프레이저 스위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 최근 출전한 복싱대회 우승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또 하나의 우승 트로피 추가. 하지만 이시영은 밝지 않았다. 연신 고개를 수그렸다. 겸손과 미안함에 억눌린 탓이었다. 그 주 대상은 맞붙었던 고교복서들. 복싱에만 전념하는 이들을 앞선 결과는 기쁨보다 걱정에 더 가까웠다.
“함께 경쟁한 고교선수들에게 미안하다. 평범한 선수에 불과한 나로 인해 피해를 봤을까 걱정된다. 사실 그들로부터 많은 걸 배웠다. 모두 집념과 열정이 상당했다. 연기에까지 정신적으로 도움이 됐을 정도다.”
걱정을 예견하고도 출전을 강행한 건 특유 도전정신 때문이었다. 이시영은 “힘들어서 좋아하게 된 것 같다”며 “‘이런 것도 못하나’라고 마음을 먹으니 오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연습에 적응하고 기술을 습득하니 재미가 생겼다.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 대회 출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최고 장점으로 끈기로 손꼽았다. 이시영은 “이왕 시작한 건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며 “힘든 만큼 성취감은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뭘 하다가 그만두면 편하지가 않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회 출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시영은 “내가 나선 건 신인대회에 불과했다”며 “다른 대회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12 런던올림픽 출전 여부 등은 스승 홍수환이 기분 좋아 한 말”이라며 “경기를 더 나갈 지 여부 등은 향후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스포츠, 연기를 동시에 꿰찬 배우가 없는 건 아니다. 양궁 입문 2년 만에 2000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선발전에 진출한 지나 데이비스가 대표적이다. 솜씨를 인정받은 그는 본선무대까지 오르며 발군의 운동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이시영의 롤 모델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그저 복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링에서 성취감을 얻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시영의 복싱 도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 해답은 아직 산 너머에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는 복싱에서 재미를 느꼈고 연기인생의 터닝 포인트까지 구축했다. 더 큰 도전을 향한 욕심도 적지 않다. 겸손과 미안함, 그리고 영화 홍보에 꿈은 살짝 가려있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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