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사진 박성기 기자]"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운이 좋아 이 자리에 오게 된 것도 알고요.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발전하지 않겠어요?"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의 24일 개봉을 앞두고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은혜는 무척 조심스러우면서도 거침이 없었다. 낯가림이 심하다면서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주고 받았으며 자신의 단점이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트위터나 미니홈피에 사진 하나만 잘 못 올려도 비난이 쏟아지니까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모든 일에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잖아요.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해도 악플이 주는 상처에는 둔감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더 예민해지죠."
12년의 연예계 생활을 해오면서도 윤은혜는 "한 번도 살아남으려고 애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요즘 나오는 아이돌 가수들처럼 오랜 연습생 시절이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친 것도 아니고 실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가수로 데뷔했던 게 부끄러웠다는 말이 곧바로 이어졌다.
2006년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와 드라마 '궁'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윤은혜는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이유로 매번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발음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주연급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연기력 논란은 지속적으로 그를 괴롭혔다.
"발음 문제를 지적받을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많이 울었죠.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는지 어느 순간에는 장애까지 오더라고요. 친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데도 한 문장이 완결이 안 되기도 했죠. 그때는 '이대로 내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윤은혜는 발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볼펜은 물론 코르크마개를 물고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연기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니 최선을 다해서 안 되는 게 어딨냐는 생각이다. 자신의 단점을 긍정하기에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의지도 강해 보였다.
윤은혜는 연기에 대한 욕심에 비해 작품 수가 그리 많지 않다. 영화는 '카리스마 탈출기' 이후 5년 만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흥행 결과로 인한 비난을 떠안고 싶지 않아서 도전하기 어려웠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를 얼마나 하고 싶었겠어요. 그만큼 두려움이 있었죠. 흥행 실패하면 이제 드라마만 해야 하나. 무관심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고 싶었어요. 잘하고 싶은 의욕은 앞서는데 연기를 잘 못하니 신경쓸 부분도 많고 부담도 커서 영화를 못하게 됐죠."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네 여자 친구들의 우정과 이들이 세상과 부딪히며 겪는 고민을 그린 작품이다. 박한별 차예련 유인나와 함께 출연한 윤은혜는 '2% 부족한 된장녀' 유민 역을 맡았다. 그는 관객에게 마음을 비우고 영화와 영화 속 유민을 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허인무 감독님과는 몇년 전부터 인연이 있었어요. '허브' 이후 준비하시던 작품을 같이 하려고 했는데 제작이 무산됐어요. 이번 작품도 시나리오를 제게 제일 먼저 보여주셨어요.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어서 꼭 출연하고 싶었어요. 제 또래의 일상을 연기했죠. 연기 변신에만 너무 집중해서 바라보면 부담스러워요. 흥행과 상관 없이 '윤은혜를 통해 평범한 유민의 모습을 봤다'고 해주시면 제겐 극찬일 것 같아요."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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