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툴툴 털어낸 거품. 가벼워진 어깨에 캐릭터는 이내 탄력을 받았다. 발랄함의 대명사로까지 거듭나고 있다. 배우 김태희다. MBC 수목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를 통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는 그간 영화, 드라마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그 반응은 대개 호평과 거리가 멀었다. ‘연기력 논란’ 도마에 자주 등장했다. ‘얼굴만 예쁜 배우’라는 꼬리표까지 달렸다. 지적이고 청순한 이미지만을 앞세운 비참한 결과였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벌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한 방송관계자는 “(김)태희가 지난해 개봉한 ‘그랑프리’마저 흥행 실패로 끝나자 무척 낙담한 듯 보였다”며 “연기 11년차임에도 계속 인정을 받지 못해 TV CM에만 전념할 생각까지 가졌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마이 프린세스’ 출연은 그에게 출사표나 다름없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이라 여기고 잡은 동아줄은 의외로 탄탄했다. 그는 극 중 가난한 짠순이 여대생에서 대한황실 공주로 거듭나는 이설 역을 맡았다. 고수했던 지적이고 청순한 이미지는 벗어던져야 했다. 대신 강조를 받은 건 푼수와 억척스러움이었다.
어느덧 이름 앞에 붙던 ‘연기력 논란’은 사라졌다. 호평 일색이다. 특히 말괄량이 연기는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낸다. 가장 초점이 맞춰진 건 코믹. 걸 그룹 소녀시대의 춤은 물론 마스카라 번진 화장, 복통을 참는 모습 등을 능청스럽게 소화한다.
상대배우 송승헌의 뒷받침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 관계자는 “두 배우가 촬영 전부터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며 “호흡이 무척 잘 맞는다. 오누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찰떡궁합이 따로 없다”며 “너무 붙어 다녀 둘이 사귀는 것 같은 의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달라진 연기와 그 평가. 그리고 흥행. 하지만 김태희는 아직 웃을 수 없다. 로맨틱 코미디는 여자 배우 누구에게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타 장르에 비해 요구되는 연기력도 크지 않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고 정다빈, 한예슬, 한채영, 신민아 등은 각각 로맨틱코미디드라마인 ‘옥탑방 고양이’, ‘환상의 커플’, ‘쾌걸 춘향’,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면서도 “그 뒤 작품에서도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막 꺼진 ‘연기력 논란’ 불씨. 하지만 김태희에게 주어진 과제는 여전히 산더미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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