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핵심 임원들도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오너 일가와 회사 전체가 수사 선상에 오른 판에 업무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차라리 빨리 사법처리를 해달라"는 그룹 관계자들 하소연을 전하기도 이젠 지겹다. 검찰이 혐의를 잡아서 수사를 하겠다는 데 뭐라 할 순 없지만 상황이 이 쯤 되니 '지나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야심차게 시작된 검찰 수사는 비자금 조성 경위나 용처 등 의혹 규명을 위한 핵심 사안에 접근하지 못한 채 겉돌았다. 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홍동옥(전 한화 구조조정본부 부사장) 여천NCC 사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수사는 완전히 엉켜버렸다.
이러는 사이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언론기사에 대한 소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이번 사건을 "부실 위장 계열사의 부채를 그룹 계열사의 돈을 끌어다 변제한 배임 사건"으로 규정하며 수사가 아직 안 끝난 사건에 관해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기업수사가 시작되면 언론이 정ㆍ관계 로비를 수사 목표로 제시하고 기대한 결과가 없으면 용두사미라고 비판하는 천편일률식 보도 관행이 맞는 것이냐"고 지적도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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