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갑작스러운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태로 온 국민이 깊은 근심에 빠졌다. 마침 주식시장은 마감 직전에야 소식이 알려져 영향은 크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잠깐 흔들리는 가 싶더니 기관과 외국인이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바로 안정을 찾았다. 물론 아직까지 사태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수차례의 북한 도발을 경험하면서 얻은 '학습효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주장은 최근의 천안함 사태를 비롯해 각종 남북한 충돌 사례가 발생했을 때 시장은 잠시 충격에 흔들렸지만 이내 반등했던 과거의 패턴이 근거였다. 반면 이번 연평도 포격이 휴전 후 남한 영토를 향한 최초의 직접적인 공격인데다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물론 다음 날 이후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예상이 힘을 얻는 분위기지만 이렇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돌발적인 사태의 본질에 대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블랙스완' 저자인 나심 탈레브 뉴욕대 폴리테크닉연구소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극단적으로 드물고 거의 예측 불가능하지만 게임의 결과를 바꾸어버릴 만큼 중대한 현상으로 흑조 현상을 정의했다.
북한의 도발이 예측 가능했던 사건인가 아닌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번번히 터지는 사태에 대해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와 '이번에는 다르다' 사이에서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고민에서 한 발짝 나오면 또 다른 통로가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이번 돌발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예상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 밖에 있는 것이다. 북한이 이후 한미 합동훈련 때 또 어떤 일을 벌일 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말이다. 워렌 버핏은 "나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 곳에 그럴 듯한 먹잇감이 있다고 해서 무리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능력의 범위 안에 먹잇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예측 범위에 없는 일에 연연하기 보다는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생각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높아지는 북한 리스크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까? 과거의 경험에 비쳐 볼 때 파도와 같이 끊임없는 출렁임 속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는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즉 좋을 때는 나쁠 때를 대비하고 나쁠 때는 좋을 때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지나가지 않는 위기는 분명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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