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회사 만드기 '펀경영' 도입
생일땐 경영진 자필카드·무료 PC교육도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인천에 있는 화장품 포장재 제조업체 연우의 기중현 대표는 이달 초 지원부서에 '특명'을 내렸다. 주부직원들에게 나눠 줄 배추를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라는 지시였다. 직원 가족까지 포함해 한명당 다섯포기, 한 가족당 3명이라고 얼추 계산해도 6000포기가 넘는 수량이었다. 한창 배춧값이 올랐을 때라 회사의 '깜짝 선물'에 직원들은 크게 반색했다.
직원들은 생일이면 회사 경영진의 자필카드를 받기도 하고, 각종 야유회나 가족을 초청한 사내 행사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기중현 대표의 경영철학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펀(fun)경영을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다. 회사가 세워진 지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기 대표는 여전히 "재미있어서 아침에 눈뜨면 빨리 출근하고 싶어지는 회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장을 놀이터처럼 생각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조직문화관리 전문컨설팅업체로부터 조언을 듣고 '펀 조직도'라는 사내 별도 모임을 꾸려 운영하는 것도 그래서다. 기 대표를 비롯해 60여명이 넘는 직원들이 즐겁고 재미있는 조직문화를 선도하는 이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평생 처음 회사에서 컴퓨터 배웠어요"=40, 50대 주부사원이 직원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사내교육도 활발하다. 특히 올초 전사적으로 실시한 정보화·PC교육은 이들 주부사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생전 컴퓨터를 다뤄본 적이 없는 주부를 대상으로 며칠씩 정보화 교육을 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생산공정에서 필수적인 각종 전산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던 데다 PC를 전혀 다룰 줄 모르던 직원도 기본적인 체계를 익혀 회사와 직원 모두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정보화교육을 비롯해 회사가 진행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은 우수학습사례로 선정돼 지난 9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인증을 받았다.
직원만족도가 올라가는 만큼 회사는 성장일로를 달린다. 생산규모는 국내에선 경쟁업체가 없을 정도며 전 세계 100대 화장품제조사 가운데 35곳이 이 회사의 고객사다.
로레알, P&G, 유니레버, 에스티로더부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외 최대 화장품업체와 전부 거래하고 있을 정도.
장세희 팀장은 "각종 혁신활동과 더불어 직원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최근 15년간 연평균 27% 이상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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