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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불씨 남긴 ‘환율전쟁’ 응급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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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다툼 언제든 재점화 가능성…국제공조 원칙 재확인은 성과

G20 정상회의가 지난 11~12일 양일간의 촘촘한 일정을 뒤로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미국과 중국 양국이 주도하는 환율전쟁으로 각국에 보호무역주의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한동안 실종됐던 각국 공조 움직임의 불씨를 재점화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번 정상회담의 소득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한계 등을 집중 점검했다. <편집자 주>

G20, 불씨 남긴 ‘환율전쟁’ 응급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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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호아저씨로 통하는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이었다. 중국은 작은 거인 등소평의 유훈이기도 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원칙을 벌써 잊어버린 듯 했다. 강대국에 대항하지 말고 묵묵히 실력을 닦으며 후일을 도모하라는 것이 개혁개방의 물꼬를 튼 등소평의 가르침이었다.
미중 환율전쟁의 서막을 연 주인공은 원자바오 총리였다. “위안화가 절대로 저평가돼 있지 않다”. 지난해 원자바오가 비수를 날리듯 던진 발언은 미 조야의 벌집을 쑤신 격이었다. 지지부진한 미 오바마 호 경제 회생 작업의 '희생양'을 찾던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올해 3월 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을 건의하는 편지를 가이트너 재무장관에 보냈다. 가벼운 원투 펀치를 주고 받던 미, 중 양국 사이의 탐색전은 이 시기를 전후해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중국의 경제 대통령인 원자바오가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자, 미국 의회의 선량들이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이 세대결에 가세하면서 미국,유럽연합을 한축으로, 중국을 다른 한축으로 하는 세계 환율 전쟁의 신호탄이 쏘아진 가운데, 환율 전쟁에 침묵을 지킨 대륙은 중국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아프리카 정도였다.
지난 11~12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회담이 미중 양국이 주도한 환율전쟁의 뒷수습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

시장 결정적 환율…약발 받을까?

서울 회의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가 대공황을 부른 20세기 초의 ‘실기(失期)’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전진할 수 있을 지를 가늠하는 시험 무대였다. 이번 G20 정상회담의 의장국을 맡은 대한민국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을 저울질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자유시장경제의 깃발을 내걸고도 빈번하게 외환 시장에 개입해온 현대판 중상주의 국가들의 자국 이기주의의 '발호(跋扈)'를 제어할 국제사회공조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서울선언의 골자는 ‘시장지향적’ 환율에서 ‘시장 결정적’ 환율로 전환한다는 내용.

G20 합의문의 환율 관련 선언문을 자세히 보면, 서로 부딪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 점이 흥미롭다. 각국의 복잡한 이해를 조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시장 결정적인 환율 제도를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devaluation)는 자제하되, 환율 유연성을 제고해 나간다는 것.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환율 전쟁의 당사국들을 사정권으로 하되, 천문학적인 무역수지를 내며 환율조작국의 의혹을 받는 중국을 상대로 환율절상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양수겸장의 카드다. 원론적 차원의 환율 전쟁 포기 선언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G20 합의문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 조치로 국제사회의 공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은 미국도 ‘사정권’에 두었다. 선진국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유의한다는 약속이 그것이다. 양적완화 조치로 고삐 풀린 천문학적인 자금이 신흥 시장에 봇물 터지듯 흘러들어가며 이들 국가의 자본 시장을 뒤흔드는 현실을 감안했다.

최근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등으로 신흥국으로 자본 유입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제한된 요건 하에서 거시건전성 규제를 인정하는 보완 조치를 둔 것. 급격한 환율변동에 부심하는 신흥 시장 국가들은 자본 유출입을 규제할 근거를 얻게 된 것이 이번 회담의 소득이다.

‘환율문제’가 핵심 아젠다로 부상하면서 다소 김이 빠진 ‘금융안전망 구축’과 관련해서는 G20 재무장관들이 내년에 협의를 재개하며 대안을 찾기로 합의했다. 이밖에 경상수지는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논의를 추후에 더 진전해 나가기로 했다.

문제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사안들이 얼마나 실효성을 지닐 지 여부이다.
미중양국의 환율 전쟁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양국 사이의 패권 다툼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떠오르는 강국에 맞서 늘 전가의 보도로 휘두른 무기가 바로 환율이었다.


자유시장경제의 깃발을 내걸고도 빈번하게 외환 시장에 개입해온 현대판 중상주의 국가들의 자국 이기주의 ‘발호(跋扈)’를 제어할 국제사회 공조의 필요성을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다시한번 확인했다는 점이 서울 선언의 소득이다.



선언적 합의 ‘실효성은 미지수’

미국은 월남전 패배로 촉발된 자국의 경제위기를, 브레튼우즈로 대표되는 금본위제도를 포기하며 비껴갔다. 또 지난 1980년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다 집어삼킬 듯 하던 일본 기업들의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플라자 합의'로 좌초시킨 위기관리의 고수이다.

양자 간의 갈등이 이번 합의를 계기로 잠시 수면 밑으로 잠길 수는 있겠지만, 이번 정상회담 합의 내용이 위기의 뇌관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서울 선언이 국제 사회 공조 노력의 불씨를 다시 재점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그 의의가 작지 않지만, 환율전쟁의 불씨가 각국의 원론적인 선언만으로 꺼질 것으로 보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은 미국과 교역에서 매년 천문학적인 흑자를 거두며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에서 볼 수 있듯이 자국에 도전장을 던진 국가들을 ‘달러 평가절하’로 좌초시켜오 전력이 있다. 중간선거패배로 사면초가에 몰린 오바마호의 정치현실도 부담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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