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 황적화)는 장병주 전 대우사장을 포함한 대우의 전 임직원 14명이 하나대투증권(전 대한투자증권)에 39억여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원인은 십수년을 거슬러 올라간 1997~1999년부터 벌어진 분식회계. 당시 장씨 등은 대우자동차와 대우의 재무제표를 작성해 분식회계를 했고, 거짓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매긴 신용등급을 믿은 하나대투는 대우와 대우차 회사채 3800억여원을 매입했지만 대우그룹 부도로 큰 손해를 봤다.
서울 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22일 "당시 수사는 대우그룹 계열사 대우자동차가 자동차 무상보증기간 동안 예상되는 판매보증충당금을 낮춰 잡아 상대적으로 실적을 높게 꾸며 허위 공시한 혐의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또 해외현지법인이 판매한 자동차 판매 보증비 가운데 일부를 미지급금으로 처리해야 하는데도 아예 없는 것처럼 꾸민 혐의도 수사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 회계범죄를 적발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무상보증 수리기간이 차종별, 업체별, 국가별로 제각각이어서 보증비용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간부는 "통상 자동차 업계는 보증비용 등은 줄이고, 미지급금 등 부채는 없는 듯이 꾸며 이익을 부풀린다"면서 "검찰은 차입금 이자, 임차료, 급여와 상여 항목의 마지막 비용계상 시점을 확인해 계상 기간이 적정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등 절차를 하나 하나 밟는다"고 설명했다.
가공의 재고자산을 찾아내기 위해 검찰은 철저한 실사를 벌인다. 장부상 매입은 이뤄졌지만 가공의 자산이라서 출고가 되지 않은 채 자산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을 감안해 장기재고자산 목록도 샅샅이 뒤진다.
검찰 관계자는 "개발비 계정을 분식회계하진 않았는지도 검찰이 주시하는 대목"이라면서 "단종된 모델의 개발비 감액을 넣지 않거나 양산 이전 단계의 제품제조원가를 개발비로 처리하는 등의 수법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가 투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회계조작 유혹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업들이 다양한 회계범죄 수법을 쓰지만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망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특수수사를 계속하고, 회계사의 지원과 회계학공부를 통해 관련 지식을 상당 수준까지 축적한 만큼 회계범죄가 법망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 회계사는 "대우자동차 이후에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 분식회계 사건이 없었지만 조그만 회계상 착오는 쌓이게 마련이고, 나중에는 엄청나게 큰 분식이 이뤄지는 결과가 생긴다"고 경고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박현준 기자 hjunpark@
김효진 기자 hjn2529@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