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현대상선·증권 매집..주가 급등
대형자문사를 중심으로 한 집중 매수세 덕에 17일 현대상선은 10.63% 상승한 3만3300원으로 마감됐다. 현대상선이 10% 이상 상승마감한 것은 지난해 12월10일 이후 처음이다. 17일 기관은 7만주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날 거래량 16만5000여주 중 절반 가까이를 순매수한 것.
◆현대건설 M&A가 현대그룹 M&A로 확대?
증권업계에서 바라보는 현대그룹을 둘러싼 인수합병(M&A) 싸움 재개 시나리오는 이렇다. 자금력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상선 지분 7.22%를 현대중공업측에 넘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건설이 보유한 상선 지분매각으로 인수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데다 굳이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할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현대상선 지분율은 현대중공업측이 25.47%, 현대엘리베이터가 20.60%, 현대건설이 7.22%, KCC측이 4.27%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현대건설 지분이 현대중공업측으로 넘어가면 우호지분으로 분류할 수 있는 KCC 지분을 합쳐 중공업측 지분은 36%대로 증가하게 된다.
현대그룹측이 보유하고 있는 상선 지분은 겉으로 드러난 현대엘리베이터 보유분 20.60% 외에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4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공업측도 보이지 않는 우호지분이 있다고 가정하면 충분히 표 대결이 가능한 양상이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선 것도 그룹의 모태를 다시 찾는다는 명분 외에 이같은 시나리오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그룹으로서는 2003년 KCC그룹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한 시숙부(媤叔父)의 난, 2006년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대량매집한 '시동생의 난'에 대한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CC그룹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시숙부,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은 현 회장의 시동생이다.
◆현대증권 M&A도 증권가 핫이슈
현대그룹의 또 다른 핵심계열사인 현대증권 M&A설도 끊이지 않는다. 현대상선에 대한 M&A 시나리오가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 승리를 가정한 적대적 M&A 시나리오라면 현대증권 M&A는 시나리오가 더 다양하다.
현대차그룹 산하 HMC투자증권이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는 구체적 단서까지 입소문을 타면서 현대증권의 오름세를 부추겼다. HMC투자증권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현대그룹측도 현대증권 매각설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적대적 M&A설과 맞물려 하이투자증권이 현대증권과 합병할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증권 급등의 원인은 M&A 기대감"이라며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에서 인수하고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7.22%)을 현대중공업에 넘기면 현대증권의 대주주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현대중공업그룹이 가지게 된다는 스토리"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중공업 산하의 하이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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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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