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고대 졸업한 김영회장 5억원 기부

"더 좋은 환경에서 후배 공부하기 바래"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고대를 거쳐갈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에서 5억원을 기부한 (주)아이비김영의 김영회장의 바램이다. 늦은 나이에 두번이나 입학한 고대가 세계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뜻에서 거액을 선뜻 내놓았다.

제주도 출신인 김회장은 1977년 검정고시로 고려대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서귀포 중학교 3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자 졸업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청계천 주변의 세운상가에서 만화, 소설 대본 가게에서 일하다 군대에 입대했다. 중학교 시절 서귀포중학교에서 전교 1,2등을 할 만큼 수재였던 김 회장은 군대에 가서도 틈틈이 독학으로 공부를 하고 군 제대 후인 1977년 검정고시로 고대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입학후 그는 '한이 맺힌'공부를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책을 파고 들었다. 특히 시사주간지‘타임(Time)’을 읽으면서 영어실력을 쌓는 '타임반'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했다. 그의 실력을 인정한 영문학과 조교의 부탁으로 학원에서 영어 강의를 하게 됐다.처음에는 대 실패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 대신 한 강의에서 "재미있다"는 평판을 얻은뒤 그의 강의는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강사의 길로 접어든 그의 삶은 그러나 순탄치 않았다. 사업이 다시 어려워져 다른 직장으로 옮겨 우산공장의 샘플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1987년 재기와 동시에 사업이 안정되면서 마치지 못했던 대학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으로 다시 돌아왔다.1994년에는 교육학과 졸업장을 거머쥐었다.

김 회장은 기부식에서 “늦깎이 대학생으로 입학했고 졸업도 오래 걸렸지만 고려대를 다니며 ‘호랑이는 굶어죽을 지언정 풀은 먹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게 배웠다”면서 "민족고대'를 넘어 이제 '세계고대'로 진출하는 모교의 발전이 너무 기쁘고 앞으로 고려대를 거쳐갈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수학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부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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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