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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 갈곳없는 한국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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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에 온 유학생들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수 있다.

부모님과 함께 어렸을때부터 살던 학생들, 러시아어나 우즈벡어를 배우러 온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생, 아니면 친인척이나 주변분들의 추천을 받아 한국에서 보내져온 학생들. 사실 나도 고모 손에 이끌려 왔으니 세번째 유형인 셈이다.
이곳에 처음왔던 2006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학생들에게는 천혜의 장소였다. 중앙아시아지만 예전 구소련시대에 함께 했던 곳이기에 러시아어도 우즈벡어와 함께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고 이곳 러시아어가 현지 러시아인들이 쓰는 언어보다 깨끗(?)하기 때문에(새로 생기거나 변형된 말들이 별로 없다) 제대로된 러시아어를 배울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역시 구소련의 영향으로 발레나 음악이 많이 발전돼 한국의 5분의1에서 10분의1가격으로 싸게 고급인재로부터 가르침을 받을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을 뒤로하고 최근들어 학생들이 갈곳을 잃고 있다.
우즈벡에 위치한 동방대학교 경제학과 전경.

우즈벡에 위치한 동방대학교 경제학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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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에는 많은 대학들이 있다. 지금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international university부터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분교(MNU) 그리고 타쉬켄트 국립대학교,음악학교, 무용학교, 사범대 등 정말 많다.

2008년도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학교와 모스크바 국립대학교분교를 제외한 모든 대학들은 외국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외국인에게 합당한 수준의 시험을 치뤄 학생들을 뽑거나 그 학교에 있는 language course를 1년이상 수료하고 수료증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시험없이 입학을 허가해 줬다.

그래서 나 또한 지금의 내가 다니는 학교를 알기 전 현지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language school에서 1년동안 어학연수를 해 어느 대학에나 입학이 가능한 수료증을 받았다.

물론 일부 대학에서는 약간의 뒷돈(브잣뜨끼)이나 흔히 말하는 잔디깔기로 불리우는 학교시설 보수나 학교발전기금등을 주면 입학을 시켜주는 곳도 허다해 거의 모든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대학에 입학할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갑자기 법이 바뀌어 지금 한국학생을 비롯한 다른 나라 학생들도 입학에 많은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곳에서 초등학교부터 정규과정을 밟아 이곳에서 학교를 마친 학생이나 러시아러를 특출나게 잘하는 학생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조차 아무런 인센티브없이 현지학생들과 동등한 정규입학시험을 치뤄야한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법이 바뀐이후로 대학을 가지 못한 학생들이 조금 과장해서 돈가방을 들고 학교를 찾아가도 예전엔 두손벌려 받아주던 대학에서 이제는 콧방귀도 뀌지않는 실정이 돼버린 것이다.

우즈벡에는 아주 어렸을때 부모님들과 온 아이들도 많지만 대부분 중학교 이후 고등학교 1~2학년때 온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11학년에 끝이나는 현지학교 실정에서 겨우 1~2년만에 러시아어나 우즈벡어를 현지 아이들 수준까지 구사할수 있는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현재, 현지식 시험을 치루지 않고 IELTS 와 TOFEL 그리고 대학에서 실시하는 수학시험만으로 들어갈수있는 International University에 많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international university이기 때문에 모든 수업과 학업은 영어로만 실시되, 러시아어나 우즈벡어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는 정말 어쩔수 없는 선택일수 밖에 없다.

그나마 현지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도 사실 짧은 언어실력으로 열심히 노력한다해도 영어보다도 생소한 이 언어로 수업을 100% 이해 한다는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이유로 사실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쉽게 재미를 붙이지 못한다거나 해서 결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런것도 이제는 정말 엄하게 처벌되 심하면 퇴학까지 당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물론 현지 대학을 너무 쉽게만 생각하고 학업보다는 학교를 가지도 않고 돈으로만 점수를 사려고한 학생들도 큰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아무 대책없이 외국인들에게 현지인과 동등한 실력을 요구하는 대학들도 문제가 아닐수 없다.

물론 그동안 대학들도 공부도 하지않고 수업에도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왜 학생들이 자신들의 대학을 쉽게 생각했는지를, 왜 법이 갑자기 바뀌었는지를, 그저 오냐오냐하며 학생들이 건네는 돈에 눈이 멀어 교수나 학교 스스로가 자신들의 학교를 값싸게 흥정했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글= 전혜경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 전혜경 씨는 3년전 친척 소개로 우즈벡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떠나기 3일 전까지 울면서 "가기 싫어"를 연발했지만 우즈벡의 뜨거운 태양에 반해 아직도 살고 있다. 지금은 웨스트민스터 국제 대학교(Westminster International University in Tashkent) 3학년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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