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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당신만의 패션컬러는 어떤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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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컬러라고 부르는 것이 따로 있다. 일반적인 컬러와 비교해 톤이라든지 채도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로 인해 '세련된' 컬러가 생겨나는데 바로 그것을 두고 패션컬러라고 할 수 있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 예쁘다고 그걸 바로 티셔츠나 또는 백으로 든다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컬러와 원단으로 적용되는 컬러의 느낌은 생각하는 것보다도 꽤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중학생이던 시기에 예쁘다고 의기양양하게 들고 다녔던 오렌지색 캔버스백이 있었다. 어쩌면 나일론백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때 난 '깔맞춤'(위ㆍ아래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의 색깔을 맞추는 코디법)에 심취했던 감수성 예민한 소녀이기도 해서 오렌지 백을 드는 날이면 반드시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어야 했다.

또 날씨라도 우울해서 감수성에 불을 지피기라도 하는 날은 오렌지색 양말까지 구입해서 신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그때 들었던 백이며 티셔츠며 양말의 톤까지 생생히 기억난다.(그런 기억은 좀 잊어도 될 만한데!) 차분하고 기품있는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오렌지 컬러는 당연히 근처에도 못 갔고, 그러려면 차라리 한입 베어 물고 싶을 정도로 비비드한 오렌지이기나 할 것이지 녹색기 암울한 오렌지 컬러.

그래도 미소만큼은 눈부셨으리라 위안을 삼고 싶다. 아직 어렸던 나이이고 지금처럼 정보가 유복한 시대가 아니어서 알음알음 패션지로 공부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보니 미묘한 톤의 차이를 알 턱이 없었겠지(라고 또 위안을 삼아 본다.).
지금 칼럼을 쓰고 있는 맥북프로(MacBook Pro)의 파우치가 그러고 보니 오렌지 컬러다. 글을 쓰다 무심코 다시 보니 참 예쁘다. 적당히 명랑한 오렌지. 내 눈이 그만큼 높아진 건지, 이 회사의 제품 디자인력이 우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옛날 오렌지 가방과 비교하면, 아! 추억은 추억으로 끝내는 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어디 컬러뿐이겠나. 일상 곳곳에서도 '패션'스러운 것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패션스럽다'고 논리적으로 정의내리기가 어려울 뿐이지 골라내는 건 막상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필자가 현재 일하고 있는 패션 트렌드 컨설팅 회사가 시즌마다 주최하는 트렌드 세미나에는 패션업계 종사자 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의 전기ㆍ전자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한다. ITㆍ전자 분야와 패션 분야의 간극이 그만큼 좁아졌고 심지어 경계가 불분명할 정도로 트렌드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소울메이트'라는 드라마에 빠져있을 때 이야기다. 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절묘한 타이밍에 흘러나오는 삽입곡들 또한 조용한 파급력으로 이어졌는데 '누벨바그(Nouvelle Vague)'라는 뮤지션의 음악도 그 중 하나였다. 한번 빠지면 집중해서 찾아보는 성격이라 그네들 오피셜 사이트부터 찾아봤더니 이럴 수가. 무미건조한 그림체의 일러스트 메인화면도 멋지지만 그 무심하게 툭툭 나열한 메뉴들도 너무 멋진 게 아니겠는가!

그 당시 만나던 남자가 때마침 그래픽 디자이너이며 웹사이트도 디자인하던 친구라 신이 나서 한번 가보라고 주소를 알려줘 봤다. 나는 그 친구가, 내 남자친구인 그가 그 미묘한 감도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혹시 몰라서 "대충 무심하게 툭툭 만든 것 같은데 너무 근사하지 않아?"라는 슬쩍 떠보는 친절한 멘트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뒤 메신저 창엔 이별의 전주를 알리는 문장하나가 툭 올라왔다.

"대충 만들었는데?"

정말 그 대화때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와 헤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 오렌지 가방을 신나게 들었던 그 때나, 누벨바그 사이트에 흥분해서 멋진 이유를 나열했던 그 때나 내 설명이나 표현이 서툴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이라고 주옥같은 달변으로 '왜 이것이 패션스러운 감도로 멋진가'에 대해 설명하기가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머릿속 저 구석, 아득한 곳에서 떠오르는 표현을 끄집어내는 건 여전히 발군의 내공이 필요한 일.

어쨌든 수퍼 패션 수퍼 라이프.

SUN, A(선아) 씨는 패션업체 한섬에서 비쥬얼 디자이너를 지낸 바 있으며 지금은 패션트렌드 컨설턴트 활동 및 블로그 SUN's 프라이빗 패션라이프(blog.naver.com/rohmplay)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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