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S. skater Shani Davis was considered a certainty to win the 1,000 meters Wednesday at the Richmond Olympic Oval until an unheralded South Korean won the 500 on Monday. Mo Tae-bum's surprise victory on his 21st birthday set him up nicely for a race that is twice as long as and in which Davis is the world record holder and defending Olympic champion."
(미국의 스케이트 대표선수인 샤니 데이비스가 수요일(현지시각) 리치몬드 경기장에서 열리는 천 미터 경기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월요일(우리 시각 화요일) 500m에서 무명의 한국 선수가 우승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제 모태범은 자신의 21번째 생일에 맞은 깜짝 우승으로 이보다 두 배 더 긴 천 미터 레이스에서도 세계기록 보유자이자 올림픽 챔피언인 데이비스와 멋진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International Herald Tribune 2010.2.17
그러면 어떠랴. 무명의 한국 청년이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1위를 거머쥔 일은 이제 변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더군다나 모태범의 우승은 주목받지 못한 자의 화려한 비상이라는 드라마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사람들이 열광할 만하다.
이제 차분히 생각할 것은 그의 우승이 주는 의미와 교훈이다. 모태범은 "언론이 주목하지 않아 오히려 더 편안했다"고 이야기했다. 대표선수로서 관심 받지 못하고 있으면 힘이 빠질 만도 한데 오히려 그걸 긍정적으로 활용했다. 여기에 모태범의 힘이 있다고 여겨진다.
혹시 평소에 자기 능력은 세계 수준인데 영어가 안돼서 세계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는 분들이 있다면 참고할만한 일이다. 본인은 과연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만큼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나는 외국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해군통역관을 지냈다. 외고를 나온 것도 아니고 영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해외파가 주로 합격하는 통역장교시험에 운 좋게 선발되어 군복무를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꿈만 같은 일이다.
어느 정도 노력은 했지만 올림픽 선수들처럼 죽도록 노력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저 운 좋게 영어실력도 향상시키고 대양을 항해하는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았다. 그래서 늘 영어가 부족하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면서도 통역관이 됐다는 자만심에 스스로 영어공부를 게을리 하기도 했다. 전역한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즈음에 무명의 한국 선수가 세계를 제패하는 모습을 보니 그 반성은 더 깊어진다.
영어가 필요한데도 공부가 부족하다 생각하는 분들은 무명의 설움에도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들을 보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져보시기 바란다. 귓구멍이 저리도록 이어폰을 꼽고 영어청취를 해본 적이 있는지, 펜을 잡는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도록 영어단어 암기훈련을 해본 적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며 다시 시작해보시기 바란다. 넓적다리가 굵어지듯이 손가락, 귓구멍이 아픈 후에 영어실력도 굵어질 것이다.
정대진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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