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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수도권 ‘불꺼진 가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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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입주율 저조…판교 50% 파주교하 40%, 인천 송도·영종 10%

[아시아경제 김정수 기자, 김봉수 기자]수도권 최대 노른자위인 판교신도시는 ‘암흑도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입주율이 낮아서다.

이곳은 한 때 ‘로또’라고 불릴 정도로 청약열기가 뜨거웠던 곳이다. 하지만 불꺼진 집보다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집을 헤아리는 것이 더 쉬울 정도다.
서판교 부근 아파트 단지들은 높은 청약률과 달리 일부가 집에만 불이 켜져 있다. 28일 기준 판교에서 LH가 분양한 A21-2블록의 경우 26일이 입주마감일이었지만 공공분양 281가구 가운데 53% 입주했다. 공공임대 491가구는 49%의 입주율을 기록했다.

A17-2블록 국민임대 775가구 역시 현재까지 42.7%의 낮은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서판교 내 H공인 관계자는 "서판교는 입주난이 심각하다"며 "편의시설 부족에 잔금확보를 못한 입주예정자들이 입주를 기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집들이를 한 의왕시 내손동 포일자이도 10가구 중 4가구는 불이 꺼져 있다. D공인 관계자는 "살던 집을 비워놓고 이사를 와야 할 판이라는 계약자들의 하소연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1만5000가구가량이 입주하는 광명시도 세입자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철산동 B공인 관계자는 "교육여건이나 교통이 특별히 좋은 곳이 아닌 만큼 쏟아지는 전세 물건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분양당시 100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2008년 주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인천 송도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8일 저녁 이 아파트는 절반 이상이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불이 켜진 가구는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1개층은 단 한가구도 불켜진 가구가 없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아직 대부분의 가구가 미입주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40% 정도 입주했다고 밝혔지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20~30% 정도에 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입주가 시작됐지만 이사 들어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현재 계약금만 걸고 잔금을 완납하지 않은 비율이 50%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영종하늘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1022가구에 대한 입주가 시작된 영종자이도 10%정도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이 아파트는 1300만원대의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1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입주율이 크게 저조해 그야 말로 '외딴 섬의 작은 등대'을 연상케 한다.

공항신도시 B부동산 관계자는 "입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전세 물량만 싼 값에 쏟아져 나와 있다"며 "전용면적 128㎡가 전세보증금 1억원에 나와 있지만, 공항에 근무하는 사람 몇 명 외에는 몇 달이 지나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도권 택지지구에 '불 꺼진 집'들이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전세가 빠지지 않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당 건설사들은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전용차량 무료운행, 편의시설 무료 이용 혜택, 입주기간 연장, 대출알선 등 다양한 입주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녹녹치 않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정한 양도세 감면 기일(오는 2월 11일)이 다가오면서 일반 건설사들도 분양 물량을 쏟아내 주택공급은 과잉상태"라며 "그러나 금융제재 조치로 대출받기 어려워진 서민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아 자칫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학교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수도권 택지 지구는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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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기자 kjs@asiae.co.kr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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