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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라이벌의 밀고 당긴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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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생 박카스vs우루사.. 회사성장 일등공신의 엇갈린 행보
63년생 아로나민vs삐콤.. 국민영양제, 회사에선 만년 2인자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우루사 한 알에 박카스 한 병." 국민 피로회복제로 쌍벽을 이루는 박카스와 우루사는 61년생 동갑내기다. 일명 '끼워팔기'로 서로의 성장을 돕기도 했지만 때론 치열한 경쟁관계였다. 50세 '지천명'을 앞둔 두 중년, 그들의 지난 인생은 어땠을까.
◆자수성가 두 아버지, 자식농사는 딴 판

박카스와 우루사는 현재의 동아제약대웅제약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두 제품의 성공으로 양 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잘 팔리던 박카스에게 날개를 달아준 건 1993년 시작된 젊은 층 대상 TV 광고다. 불과 1년 만에 박카스의 연매출은 1000억 원을 돌파했다. 단일 제품 1000억 원 매출돌파는 제약업계 최초의 일이며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이 후 2001년 2019억 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1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루사도 회사의 역사에 획을 그었다는 점은 같다. 우루사가 인기를 얻자 1978년 '대한비타민'이던 회사는 사명을 아예 '대웅제약'으로 바꿨다. 곰 쓸개 성분이 들어있는 '우루사=곰'이란 이미지가 대중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그 사이 동아제약은 매출액 8000억 원 대의 1위 업체가 됐다. 박카스에서 나온 엄청난 수익금으로 70년대 후반부터 신약개발에 매진했고 그 성과는 2000년대 들어 나타났다. 스티렌(2002년), 자이데나(2005년) 등 신약이 성공하며 동아제약은 제2의 성장기를 달리고 있다. 가장 성공한 국산신약으로 꼽히는 스티렌이 박카스란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일반의약품 혹은 카피약으로 성장한 회사가 신약개발 제약사로 진화하는 모범답안이란 평가도 받는다.

박카스 자제들은 신약으로 대성했지만, 우루사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회사가 '출산의 고통'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대웅제약은 외국에서 똘똘한 인재를 발굴하는 방법을 택했다. 현재 대웅제약의 매출 1위 제품은 '올메텍'이란 일본 고혈압약이다. 대웅제약의 매출 대부분도 외국회사가 개발한 신약 판매에서 나온다. 하지만 수입 자녀들은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언제고 아버지 품을 떠날 수 있다.

◆라이벌은 같은 운명을 타고 난다


아로나민(일동제약)과 삐콤(유한양행)도 1963년 생 동갑이다. 에이스침대, 삼양라면, 모나미볼펜이 같은 해 태어난 친구들이다.

두 제품은 서로 '국민영양제'라고 주장하는 라이벌 관계다. 주성분이 비타민B와 C로 같기 때문에 목표 소비자층도 동일하다. 지난해 기준 아로나민 시리즈는 총 300억 원을, 삐콤씨는 15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두 제품의 경쟁은 주로 '광고판'에서 이뤄졌다. '70년대 TV만 키면 약광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기서 아로나민과 삐콤을 빼곤 이야기가 안 된다.

삐콤은 당시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건강을'이란 컨셉을 내세웠다. '국민기업 유한양행'이란 이미지를 십분 이용한 전략이다. '온가족 영양제'라는 일관된 메시지도 유효했다. 최악의 경기 침체기던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매출이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아로나민은 '스포츠'를 활용해 대항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 종목이던 권투경기를 후원하거나 '의지의 한국인'이란 표어를 내세워 한국 광고사에 족적을 남겼다. 주로 일반 국민을 모델로 내세운 삐콤과 달리 아로나민은 당대 최고의 연예인을 활용하는 차별화 전략을 폈다.

둘은 시장에서 화려하게 경쟁하며 유명인사가 됐지만, 회사 내에선 '2인자'라는 꼬리표에 시달렸다. 주로 전문의약품 사업에 치중하는 일동제약의 1위 품목은 큐란(위장약), 후루마린(항생제) 등이다. 아로나민에 애착이 없는 게 아니지만 박카스와 같은 '황태자'는 아니다. 삐콤도 그렇다. 상징성으로 치면 안티푸라민(1933년생)이란 큰 형 그림자에 가려있고, 역시 회사의 주력 전문약 사이에 낀 비슷한 처지다.

한 가지 더. 1963년 우리나라 제약업계에 영양제 출시가 붐을 이뤘는데, 당시 10여개 품목이 시장에 쏟아졌다고 한다. 물론 아로나민과 삐콤을 제외하곤 모두 오래 살지 못했다. 어려운 시절 국민건강 증진하고 회사도 잘 키워 놓은 비슷한 운명의 두 중년, 이제 친구 같은 라이벌이 돼 50줄을 향해 함께 달리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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