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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슈퍼스타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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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것을 확실하게 발산해야 하는 무대. ‘슈퍼스타 K’는 케이블TV M-net이 1억원의 파격적인 상금과 앨범발매를 해주는 조건을 걸고 시작했던 프로그램으로, 참가자 대부분이 10대 후반에서 20대의 튀는 나이들입니다.

3주 연속 6%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네티즌들까지 끌어들여 화제가 되고 있지요. 심사위원 점수, 사전 온라인투표, 실시간 시청자투표 70%를 합산해 현장에서 공개하는 특이한 경쟁방식으로 본선에 오를 10명을 선발해 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줬습니다.
오히려 탈락자들이 더 박수를 받고 사라지는 경우가 무척 이색적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서바이벌게임으로, 간밤에 한 방을 사용했던 두 명을 같은 조에 편성시켜 서로 라이벌로서 기량을 겨루게 했던 잔인한 생존방식입니다.

이미 같은 팀으로 활동 중인 친구나 일란성 쌍둥이도 둘 중 하나는 탈락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부모를 때린 적이 있다는 패륜아(?)의 고백도 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경했다는 태권도선수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무대였습니다.

함께 음악학원을 다닌 친구가 동반합격하기 위해서 자신이 유리한 곡을 포기하고 같이 잘 부를 수 있는 곡을 선택한 위험천만한 도박을 했는데, 결과는 둘 다 불합격하고 낙향하는 우정을 과시했습니다. 서로 상처를 만져주며 축하하는 젊은이들의 성숙한 도전이 오히려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압축된 10명의 본선주자가 8명으로 줄고, 또 2명을 줄여서 6명이 남았습니다. 최종결선을 향한 ‘축소재생산’의 무대에는 뚱뚱한 실력자도 섰고, 평소에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여성도 섰으며, 지팡이를 짚고 섰던 시각장애인도 있었습니다.

참가자들 모두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비록 떨어지더라도 심사위원들로부터 가능성을 지적받고 당당하게 귀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71만여 신청자들이 전부 가수의 소질을 가진 건 아니지만, 대회를 통해 주체하지 못할 청춘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인생경험이 되었겠죠.

탈락자들도 호명되기 전까지는 ‘여태 살아남았던 도전자들’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정말 맞는 얘기라면, ‘도전한 만큼 간덩이가 커진다’는 말도 틀린 얘기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의 영웅인 가수 이승철이 심사평을 마치고 덧붙인 다음의 말은 큰 위안이 되었겠죠.

“저도 예전에 여러분처럼 강변가요제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건 머리가 길다는 이유였는데, 머리만 깎고 오면 붙여주겠다는 어느 심사위원의 말을 듣고 1년 후 팀원들을 위해서 머리를 깎고 다시 나갔습니다.”

결코 실력 하나만으론 승자가 될 수 없고, 스타도 때를 잘 만나야 빛을 본다는 얘기의 다른 표현입니다. 오늘의 ‘슈퍼스타 K’는 어제의 무명이었고, 언제든지 내일의 ‘슈퍼스타 Q’에게 밀려 사라질 수 있습니다.

92살 은발의 할머니가수가 비틀즈를 누르고 당당하게 1위를 했다는 영국발 뉴스를 듣고, ‘아니? 이럴수가···’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수라는 직업은 눈을 감을 때까지 숙명적으로 순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세임을 실감하며, 그게 행복의 지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스트레스 지수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시사평론가 김대우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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