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 따르면 저명한 경제학자이기도 한 피셔 총재는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를 인정하는 한편 ‘대마불사’논리에 빠져 금융개혁 노력이 미흡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마불사 관행을 뿌리뽑지 못한 채 씨티그룹과 같은 대형 부실금융기관에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하는 오바마 행정부와 버냉키의 태도다. 은행들의 희생 없이 살리기에만 급급한 현 정책에 따라 금융시스템 개혁 노력이 미진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피셔 총재의 지적이다.
물론 IMF 수석부총재 및 씨티그룹의 부회장을 역임했고 규제완화를 외친 ‘워싱턴 컨센서스’의 주창자 중 하나였던 피셔 총재가 자유시장경제이론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해선 각계의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주 열린 세계중앙은행총재 회의인 ‘잭슨홀 회의’에서까지 금융개혁 노력이 지지부진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폴 보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도 이에 의견을 같이 한다. 유명 경제학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개혁을 미온적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대마불사의 개념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 개혁이 앞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금융개혁안이 올해 말 통과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월가의 로비에 약한 미 의회가 과연 이를 통과시킬 지도 의문이다. 또한 팀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과 실라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현재 규제 권한을 두고 반목중이라 전망도 밝지 않다. 그러나 가장 큰 장애물은 버냉키 의장이 금융시스템에 대한 감독 및 관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밀튼 프리드먼을 숭배했고 알란 그린스펀을 따르길 원했던 버냉키 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바람대로 '경제의 기초(foundation)'를 닦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오랜 스승이었던 피셔 총재는 금융시스템 개혁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할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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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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