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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연임, 옛 스승이 우려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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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버냉키 의장을 가르쳤던 스승들은 그의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 주간지 뉴스위크지가 MIT(매사추세츠 공대)에서 버냉키를 지도했던 스탠리 피셔 현 이스라엘 총재의 입장을 통해 그의 정책을 평가해 눈길을 끈다.

잡지에 따르면 저명한 경제학자이기도 한 피셔 총재는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를 인정하는 한편 ‘대마불사’논리에 빠져 금융개혁 노력이 미흡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헬리콥터에서 돈다발을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는 버냉키 의장의 소신을 잘 알고 있는 피셔 총재는 그가 침체 탈출을 위해 경제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동원하리라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마불사 관행을 뿌리뽑지 못한 채 씨티그룹과 같은 대형 부실금융기관에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하는 오바마 행정부와 버냉키의 태도다. 은행들의 희생 없이 살리기에만 급급한 현 정책에 따라 금융시스템 개혁 노력이 미진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피셔 총재의 지적이다.

물론 IMF 수석부총재 및 씨티그룹의 부회장을 역임했고 규제완화를 외친 ‘워싱턴 컨센서스’의 주창자 중 하나였던 피셔 총재가 자유시장경제이론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유시장이론이 지배하고 있는 미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형 금융기관들에 손을 대는 것은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결국 버냉키 의장은 이들의 부실 자산을 매입하고 구제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무책임한’ 조치밖에 취할 수 없고 이에 큰 은행들이 더욱 방대해지는 현재의 상황까지 온 것이다.

이같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해선 각계의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주 열린 세계중앙은행총재 회의인 ‘잭슨홀 회의’에서까지 금융개혁 노력이 지지부진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폴 보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도 이에 의견을 같이 한다. 유명 경제학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개혁을 미온적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대마불사의 개념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 개혁이 앞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금융개혁안이 올해 말 통과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월가의 로비에 약한 미 의회가 과연 이를 통과시킬 지도 의문이다. 또한 팀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과 실라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현재 규제 권한을 두고 반목중이라 전망도 밝지 않다. 그러나 가장 큰 장애물은 버냉키 의장이 금융시스템에 대한 감독 및 관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밀튼 프리드먼을 숭배했고 알란 그린스펀을 따르길 원했던 버냉키 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바람대로 '경제의 기초(foundation)'를 닦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오랜 스승이었던 피셔 총재는 금융시스템 개혁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할 것이 확실하다.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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