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올인'하는 박희태, 남은 과제는 '수두룩'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대표직을 버리고 10월 경남 양산 재보선에 출마할 뜻을 밝힘에 따라 당 내외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박 대표는 전날 11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양산 출마 의사를 밝힌데 이어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직을 가지고 출마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지만 절대로 당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저도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다. 때가 되면 과감하게 결단하고 결정하겠다"고 대표직 사퇴후 출마를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대표직은 제가 그만두면 당헌에 따라 자동으로 누가 승계하는지 정해져 있다"고 말해, 정몽준 최고위원이 당 대표직을 승계할 것을 시사했다.

이는 당내 친이 친박 양 계파의 화합을 염두에 둔 수순이다.

즉 당내 친이계는 박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친박계는 조기 전당대회를 반대하고 양산 출마도 대표직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 아니냐는 것.

또한 대표직을 유지한채 재보선에 출마할 경우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집중될 것을 견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날 청와대 회동에 배석한 장광근 사무총장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를 가지고 출마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게 당 분위기"라며 "이번엔 모든 전략을 당선에 둬야 한다. 야당에 빌미가 될 수 있는 건 제거하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식 출마 선언 시기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은 정지작업이 필요하다"며 "공식 출마 선언은 적당한 시기에 하겠다. 아직 양산에 가보지도 못했다"고 시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공식 출마 시기는 이명박 대통령의 개각 발표 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10월 재보선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데가, 당내 인사들의 입각이 유력한 시점이어서 당내외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는 것.

당 대표직을 버리고 양산에 모든 것을 거는 박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공천과정에서의 잡음 제거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사격이다.

이미 양산 출마를 선언한 김양수 전 의원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공천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무소속으로 나가서라도 한나라당의 오만한 공천을 심판 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친박 성향의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가 미칠 파장은 크다.

11일 친박계 심재엽 예비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강릉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박희태 당 대표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여태까지 제가 선거에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 했다.

한편 당 대표직을 사퇴하더라도 여권의 상징성을 대표하는 박 대표가 출마하면 야권에서도 친노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등 중량감 있는 인사로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다.

양산이 10월 재보선 태풍의 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