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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골드미스에게 최고세율 부과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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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이다. 독일 제3의 도시 뮌헨(Munich)을 방문했을 때 금융부터 자동차, 문화에 이르기까지 독일다운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에게 명차로 알려진 BMW 본사 뿐 아니라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뮌헨리와 알리안츠생명까지 내로라하는 대표적인 독일기업들이 이 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바이에른주의 주도이기도 한 뮌헨은 12세기 이자르강을 중심으로 형성돼 19세기 바이에른 국왕 루트비히 1세때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다고 한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한 여름궁전은 뮌헨의 볼거리의 하나다.

 

사실 이렇게 설명했지만 이 정도의 역사와 전통은 유럽 어느 도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뮌헨에는 몇 가지 독특한 경제적인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먼저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라는 점이다.

 

봉건 귀족이 부를 독점했던 역사적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120여만명 주민의 1%가 90%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 우리 같으면 사단이 나도 벌써 났을 일이다. 하지만 1%의 부자는 엄격한 세법의 적용을 받으면 충분한 세금으로 시 재정을 든든하게 지원하는 후원자 역할을 맏고 있단다. 이들이 존경받는 이유다. 국가가 못하는 주택보급의 문제를 이들이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뮌헨의 특징은 노인천국이라는 점이다. 뮌헨 시청사가 위치한 상업지역에는 명품거리가 있다. 이 곳을 점유하고 있는 대다수 고객층은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마주치기 어려울 정도. 또 하나. BMW 본사가 있는 도시지만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명차들은 모두 노인 몫이다. 젊은 사람들이 타는 차는 모두 소형차와 일본차 일색이다.

 

가이드로부터 설명을 듣고서야 납득이 갔다. 뮌헨은 독일답게 높은 소득세율을 자랑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잘 갖춰진 연금제도와 함께 젊은 사람들에게 고율의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최고세율에 해당하는 8000만원이상 연봉 구간에 적용하는 40% 정도의 고세율을 젊은이들에게 지우고 있다. 그 대신 부양가족수가 늘어날수록 세금은 줄어드는 구조다.

 

무엇보다 연금제도가 잘 돼 있어 노인이 되면 명차를 타고 명품을 소비하고도 충분할 정도의 연금을 받는다. 뮌헨의 젊은이는 명품거리를 거니는 노부부를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고통스러울 정도의 근검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골드미스가 화제가 되는 사이 우리 출산율은 2007년 기준 1.2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뿐 아니라 전세계 193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고 지난해에는 1.12명까지 낮아졌다.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인구가 2242만명으로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여기에 더해 노령화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경제활동인구의 씨가 마르는 현상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월소득 436만원대 가정까지 보육비 지원혜택을 주는 파격적인 지원책이 몇일 전에도 나왔다. 물론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육아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프랑스처럼 미혼인 동거가족이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당근 만으로는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출산기피현상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채찍도 필요하다. 싱글족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결혼이 소득증가로 연결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징벌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생스럽게 양육비를 부담한 부모 덕분에 경제활동인구로 성장할 미래의 한국 젊은이가 내는 세금으로 이들에게까지 혜택을 줘야하는냐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하나 덧붙여 부모님에게 용돈 보내드리는 돈을 소득공제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 턱없이 모자란 연금을 보충해주는 효심 가득한 자녀에게 세제혜택을 준다면 정부가 부담할 노인복지 비용부담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노효친 문화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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