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극심한 가뭄처럼 해마다 수자원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물을 가둬놓는 보를 설치해 13억t에 이르는 물을 확보하고 홍수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등 물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또 오염도가 높은 유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4대강 본류의 수질을 조기에 2급수까지 끌어올리고 자전거 길과 수변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등 하천을 복합 공간으로 개조해 단순한 강 정비 사업을 넘어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민단체나 환경단체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4대강의 환경과 생태계가 이미 망가진 상황에서 인위적인 치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단체들도 적지 않지만 많은 단체들은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돼 오히려 수질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4대강에 건설될 16개 보가 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제약하고 유속을 느리게 해 유기물 과다에 따른 부영양화 현상을 유발, 수질이 급속히 나빠진다는 주장이다.
또 홍수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정부의 논리도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물론 4대 강 본류에서의 수량 조절이야 가능하겠지만 최근 우리나라 수해지역 대부분이 강원도의 산간지대와 중소 하천들임을 감안할 때 현실적인 홍수 대비책으로 맞지 않고 4대 강 정비를 위해 내세우는 명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소위 '경부 대운하'의 부활이다. 강바닥을 수심 6m까지 준설하고 보를 당초 4개에서 16개로 늘린 것은 운하 건설의 초기 작업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갑문이 없기 때문에 배가 다니는 운하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나 전문가들은 간단한 설계 변경만으로 바꿀 수 있고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며 양쪽 물길만 이으면 운하와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예산의 70% 가까이가 남한강 상류와 낙동강에 집중돼 있는 것도 오해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1년 전 촛불시위 직후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공약을 철회한다고 단정적으로 못 박지 않아 국민들이 계속 의구심을 가져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는 차제에 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 건설로 옮겨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것도 4대 강 살리기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강가 모래밭 등 부지에서 발생하는 지자체들의 수익을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인지, 지역사회마다 사업의 효율성에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강바닥을 평평하게 고름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생태계의 변화도 큰 문제다.
얼마 전 방한했던 하천 생태계 복원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랜돌프 헤스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가 릲하천 기능을 복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 흐름의 연결성과 역동성, 자연적 흐름에 따른 흙 공급을 회복하는 것릳이라며 릲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막는 시설을 철거하는 것이 하천 회복의 기본릳이라고 강조한 것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치수(治水)는 국가 중대사 중의 하나였다. 물을 잘 다스리는 나라가 풍요롭고 태평성대를 구가해 왔다. 우리는 22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들여 한반도의 젖줄을 일대 혁신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아직 정부 계획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사업의 진정성을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심은 물과 같고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옛 성현의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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