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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외인구단', 원작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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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이현세 작가의 인기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극화한 MBC 주말기획드라마 '2009 외인구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완성도로 원작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1986년 개봉한 영화판 '이장호의 외인구단'이 당시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며 대성공을 거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2009 외인구단'은 지난 2일 첫 방송이 전국시청률 7.8%(TNS미디어코리아 집계 기준)를 기록한 데 이어 3일 방송된 2부가 7.4%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9일 방송된 3부는 2.3%포인트 상승한 9.7%를 기록했다. 시청률 추이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원작만화 팬들은 대체로 불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9 외인구단'이 원작만화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원작 캐릭터의 훼손

'공포의 외인구단'이 원작이라 해도 '2009 외인구단'이 반드시 원작을 쏙 빼닮을 필요는 없다. 반대로 완전히 다를 필요도 없다. 내적 완성도만 갖출 수 있다면 어떻게 바뀌든 상관은 없다. 그러나 하나의 작품에는 여러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일종의 틀이 있다. 틀이 깨지는 순간 작품의 재미나 완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9 외인구단'에는 원작의 오혜성(윤태영 분), 마동탁(박성민 분), 최엄지(김민정 분)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새롭게 틀을 짠 캐릭터 구도가 나름의 매력이나 설득력을 갖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원작과 전혀 다르게 구성된 세 인물의 구도는 너무 밋밋하고 평이하다. 무엇보다 마동탁의 캐릭터가 원작에 비해 너무 평범하다. 원작의 동탁이 건방지고 오만하며 사악한 부분까지 있던 완벽주의자였던 것에 비하면 '2009 외인구단'의 동탁은 너무 착하고 순하다.

의존적이며 우유부단한 청순가련형의 최엄지는 씩씩하고 당당하며 자기 주장이 뚜렷한 여자로 변신했다. 동탁과 혜성 사이에서 자신의 뜻과 달리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엄지와 '2009 외인구단'의 씩씩한 엄지는 꽤 큰 차이를 보인다. 오혜성도 집착에 가까운 순수한 면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마치 큰형처럼 혜성을 옆에서 지켜주는 듬직한 백두산은 드라마에서 철없는 동생처럼 가벼워졌다. 게다가 드라마에서 사채업자의 비중은 쓸데없이 너무 크다.

◆ 야구 드라마의 실종

'공포의 외인구단'은 멜로드라마인 동시에 스포츠드라마다. 로맨스와 야구는 원작의 큰 두 축이고 두 드라마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진행된다. 특히 야구라는 목표를 둘러싼 인물들 사이의 경쟁, 좌절, 욕망이 치열하게 충돌하면서 원작은 점점 흥미로워진다. 굳이 야구가 아니라도 성공 혹은 돈에 대한 인물들의 욕망과 현실의 장벽이 충돌하면서 '공포의 외인구단'은 흥미로운 구도를 띠게 된다. 그것은 1980년대 중반의 시대상과 정확히 포개진다.

'2009 외인구단'은 아역 출연분에서 성인으로 넘어오면서 급격하게 이야기의 탄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동탁-엄지-혜성의 삼각관계가 이야기의 유일한 중심축이 되면서 야구에 대한 인물들의 욕망의 희석됐기 때문이다. 최고의 타자가 되기 위한 동탁의 광기 어린 집착과 최고의 투수가 되려 하는 혜성의 욕망, 혜성과 포수 두산의 조화는 야구라는 게임의 드라마적 속성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나 '2009 외인구단'에서는 야구 자체가 드라마가 되는 일이 아직까지 벌어지지 않고 있다. 드라마판에서 야구는 그저 소재에 불과할 뿐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낙오자들의 눈물겨운 성공 스토리다. 순진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죽도록 노력하는 자들의 뼈 아픈 성공담이다.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삶의 은유다. 작품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비극이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원작의 특징이다. 패배자들의 성공담은 비극적 로맨스와 맞물리며 인상적인 결말로 끝맺는다. '2009 외인구단'의 성패는 이러한 원작의 복합적 드라마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원작의 엔딩을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독자들과 소통했던 의미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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