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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가끔 죽음을 생각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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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곡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로 시작하는 찬송가를 가장 많이 불렀습니다. 지금도 아버님 묘소에 가면 온 가족이 삥 둘러앉아 이 찬송가를 부릅니다.

장송곡도 세월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일까요. 전통적으로 장송곡하면 찬송가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좀더 친숙한 대중가요나 클래식 음악이 뜨고 있다고 하는 군요. 장송곡으로 대중가요를 부른다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국의 한 상조업체가 3만번이 넘는 장례식을 찾아 조사한 결과 프랭크 시내트라의 히트곡 ‘마이 웨이(My Way)’가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군요. “이제 마지막이 가까워졌네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대하고 있어요…”로 시작하는 가사와 시내트라의 묵직한 목소리가 장례식 분위기와 어울리기 때문이겠지요. 이외에도 세라 브라이트먼과 안드레아 보첼리가 함께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 로비 윌리엄스의 ‘에인절스(Angels)’ 등도 인기 있는 장송곡으로 조사됐습니다.

장송곡의 진수는 역시 모차르트가 작곡한 레퀴엠(진혼미사곡)입니다. 모차르트가 죽던 해인 1791년, 모차르트는 회색 옷을 입은 키가 크고 메마른 인물로부터 레퀴엠을 청탁받게 됩니다. 그는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을 작곡하되 그 곡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누가 청탁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한 채 건강이 나빠져 11월20일 자리에 눕게 되고, 결국 보름 뒤인 12월5일 숨을 거두게 됩니다. 모차르트는 죽기 직전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에게 레퀴엠을 완성할 것을 지시하는데, 결과론이지만 이 곡은 모차르트 자신을 위한 레퀴엠이 되어버리고만 것이지요. 김수환 추기경 입관식 때 흘러나오던 곡이 바로 모차르트 레퀴엠이었습니다.

저는 레퀴엠을 자주 듣습니다. 모차르트 장례식 날, 격렬한 뇌우와 눈보라가 휘몰아쳤다고 하는데 그날을 생각하며 나의 죽음도 상상해봅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집니다. 싫었던 사람도 좋아지고, 힘든 일상도 애착이 갑니다.
어제 저녁 저희 교회에 가수, 아니 목사 윤항기씨가 왔습니다. 그가 누구입니까. ‘장밋빛 스카프’ ‘나는 어떻하라구’ 등을 부르며1960~7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가 됐습니다. 그가 인생항로를 바꾼 사연은 이렇습니다.

“인기에 취하고 술에 취했던 나는 3년 가까이 집에 들어가지 않고 세상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부인은 토끼 같은 자식들 4명을 키우며 탕자를 기다리듯 남편을 기다렸습니다. 인기는 날로 높아만 가 10대 가수는 물론 가수왕에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날 장충체육관에서 가수왕이 되던 날, 노래를 부르다 무대에서 쓰러졌습니다. 병원에 가니 의사가 폐병(폐결핵)이라며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고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인생이 꼬꾸라진 것이지요. 사형선고를 받고 3년이나 들어가지 않던 집에 들어가 부인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만사가 귀찮고 아무 것도 먹기가 싫었습니다. 몸은 뼈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모든 게 끝이라 생각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습니다. 부인은 저를 위해 40일 금식기도에 들어갔는데, 금식기도 마지막 날, 독특한 신앙체험을 하고 주님을 영접하게 됐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살다보면 윤항기 목사처럼 질곡을 겪게 됩니다. 경제레터 독자여러분! 그 질곡에 빠지겠습니까, 아니면 그 질곡을 딪고 일어서 새 인생을 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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