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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심의, 개선될 가능성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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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오랫동안 가요계를 괴롭혀온 심의 문제가 최근 동방신기 승소 판결로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소년 보호위원회 뿐만 아니라 방송국 심의 등 창작자를 헷갈리게 하는 심의 기준이 통일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갑작스런 제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조금 더 마음 놓고 창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의견이다.

◆방송국 별 심의 기준 통일은 어려울 듯

방송사마다 진행되는 가요 심의는 각기 다른 기준으로 가요창작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장본인으로 꼽히고 있다.

같은 곡으로도 어떤 방송사는 통과하고, 어떤 방송사는 방송불가 판정이 되기도 한다. 한 가수는 "3사 중에 한군데만 심의에 통과하지 않아서, 그 한 곳 때문에 곡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과연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승리의 '스트롱 베이비', 아주의 '재벌 2세' 등이 KBS 심의에 걸려 수정을 해야 했다. 특히 아주는 노래 제목을 '이지 포 미'로 수정, 활동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 프로모션 및 콘셉트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아주 측은 "'재벌 2세'가 MBC와 SBS에서는 방송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재벌 2세'로 활동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동일한 멜로디에 제목과 가사가 다른 두 곡을 선보일 경우 대중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전체 수정키로 했다. 가요에 있어 표현 자유의 벽이 높다는 걸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방송사 측은 심의 통일이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방송사 별로 나름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공통된 가이드 라인을 합의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KBS, MBC, SBS 심의실의 관계자 모두 "심의는 방송국 고유의 권한이라 그 기준을 다른 방송과 공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심의 예측 시스템도 어려울듯

가수 입장에서 어떤 단어, 어떤 뉘앙스가 심의에 걸릴 것인지 미리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가이드 라인만 확실하다면 창작자 입장에서 애초에 성인용 가요와 대중적인 가요를 나누어 제작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가요계 입장. 실제로 별 문제 없을 것 같아서 썼던 표현이 뒤늦게 심의에 걸려 부랴부랴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조금 강하다 싶어 뺐던 표현이 다른 곡에서는 버젓이 쓰이고 있기도 하다.

당초 방송 불가를 각오했다면 문제 없어도 활발한 방송활동을 위해 만든 곡이 심의에 걸린다면,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KBS 심의실의 한 관계자는 "그때 그때 합의가 다 달라진다. 미리 문구를 한정시켜버리기보다는 당시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KBS는 비의 '레이니즘'은 방송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이불의 '사고치고 싶어'는 방송적합 판정을 내린 바있다. 두 가사 모두 성행위를 은유한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각기 다른 판정을 받아들었다. 이에 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 "둘다 중의적 표현일 수 있는데, '레이니즘'의 '매직스틱'은 그 누가봐도 남자의 신체부위를 뜻했다. 그러나 '사고치고 싶어'의 '사고'는 전체 맥락상 키스에 그친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미리 특정 단어를 '심의에 걸린다'고 못을 박는 것은 사전 검열과도 맥락이 닿아 위험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떤 표현이 심의에 걸릴지 몰라 창작의 자유에 제한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표현은 무조건 걸린다고 하는 것은 애초에 사전검열을 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 한 심의실 관계자는 "욕은 절대 안되니까 참고하면 된다. 나머지 표현은 맥락을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보위 심의 기준, 완화될 수도

동방신기는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의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도 소송을 통해 뒤집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법원이 "노래의 일부 가사가 성행위를 은유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이같은 표현이 성행위를 직접 묘사하거나, 청소년으로 하여금 성윤리를 왜곡시킨다고는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것.

이로 인해 "동방신기의 '주문-미로틱'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며 "앞으로도 이 수준의 심의기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혀온 청보위는 타격을 입게 됐다.

청보위는 현재 내부 회의를 통해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하고 있는 중. 만약 이대로 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향후 심의 기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가수들 역시 소송을 통해 청소년 유해물 판정을 '취소'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청보위가 항소 방침을 내리면 이에 대한 답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청보위의 한 관계자는 "대응방침을 논의하기까지 2주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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