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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김수환 추기경, 구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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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연이 변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또 다시 소생하는데 우리들의 마음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가면 갈수록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밤에 잠을 푹 자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합니다. 몸은 피곤한데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아침이 오기까지 몇 번이고 잠에서 깬다는 것입니다. 상실의 시대, 우리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세 가지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추모행렬입니다. 종파를 초월한 수십만명의 인파가 왜 명동성당을 찾았을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시대에 본받을 만한 위인이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우리는 희망을 품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살기가 어려울 때는 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기다리는 ‘고도’가 없습니다.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김수환 추기경을 그리워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170만명이 봤다고 하는 영화 ‘워낭소리’입니다. 방송이 외면한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민국이 푹 빠졌습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경제가 어렵고 살아가기가 녹록지 않으니깐 잃어버린 과거 속으로 빠져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워낭소리’를 통해 과거를 떠올리고 그로인해 팍팍한 삶을 위로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추억이나 향수는 묘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지만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면 현실의 어려움을 잊을 수 있습니다. 문학 비평가인 조르주 풀레는 말했습니다. “회상이란 인간이 혼자 힘으로 빠져 나올 수 없는 허무로부터 인간을 구출하기 위해서 찾아온 천상의 구원”이라고….

세 번째는 우리집 5학년 아들이 푹 빠진 드라마 ‘꽃보다 남자’입니다. TV를 커놓고 있는 사람 10명 중 3명이 보는 시청률 최고의 드라마입니다. 고급 스포츠카를 타는 10대 고교생 구준표는 백화점을 전세내 쇼핑을 하고 해외 리조트를 다니며 초호화 생활을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초호화판 드라마를 보면서 욕을 하기는커녕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나도 저런 생활을 해봤으면…’ 하며 이룰 수 없는 욕망을 실현시키는 것입니다. 일각에선 ‘막장 드라마’ 라고 혀를 내두르지만 정작 채널 선택권을 갖고 있는 대중들은 허구의 세계의 푹 빠져 현실을 잊어버립니다.
자! 이것이 지금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미래가 확실치 않은 지금, 우리들 마음의 모습입니다. 김수환 추기경, 최원균 할아버지, 구준표는 이질적인 존재들이지만 세 사람 모두 우리들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들을 의지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제 현실에 대한 믿음을 갖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꿔나가야 할 때입니다. 때마침 오늘이 3월의 첫 월요일입니다. 모든 게 다시 깨어나는 3월은 새롭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달입니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의미를 찾는 달입니다. 3월을 뜻하는 영어가 행진하다, 진군하다의 뜻을 지닌 ‘March’ 인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해인 수녀가 쓴 ‘봄이 오면 나는’ 을 음미 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집시다. 우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 경제위기도 물러가지 않겠습니까.


봄이 오면 나는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우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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