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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다 겪은 다주택자들의 고민과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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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은행의 한 부동산 전문 PB는 밀려드는 전화에 곤혹을 치렀다. "강남에 아파트를 사도 되냐"는 문의 때문이었다.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남 소재 아파트를 팔겠다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도 폭주했다. 이날 이 PB는 일과를 접어야 했다.

현재 시장은 팔겠다는 사람과 사겠다는 사람의 힘겨루기가 첨예하게 진행중이다. 그간의 관망 일색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각종 세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투자 재개를 위한 물밑 움직임도 분주하다.
 
특히 시장 상황에 맞게 자산 포토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성이 있는 다주택 보유자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이들 중에는 산전수전을 다 거친 재테크 달인들이 많다. 이들을 통해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다주택자들의 불황기 재테크 방법과 고민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상가, 오피스텔 팔고, 강남 재건축 구입해 자산 재구성 나선 김씨
집값 하락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은 투자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사실 더 바쁘다. 집값이 떨어진 대신 세금 줄이기가 용이해서다. 당초 팔려고 내놓았던 집을 거둬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증여 등을 통해 세테크를 하는 등 철저한 자산 관리로 불황 극복에 나서고 있다.
 
"불황이라고 재산관리를 멈추는게 아니다, 더 움직여야 한다. 불황에는 세금 등을 줄일 수 있고, 자산 포토 폴리오를 개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강남과 분당 등에 집 세 채를 보유한 김만수씨(62)의 설명이다.
 
실제로 수도권과 지방에 오피스텔, 상가, 아파트 등 여러 부동산 상품에 분산 투자하고 있는 김씨는 집 값 하락을 기회로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설 생각이다. 일단 용인의 아파트 119㎡, 광명 상가, 강남 오피스텔 2개는 팔기로 했다. 대신 강남 재건축 아파트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김씨는 "부동산 값이 다 떨어져서 바꿔치기 하면 그다지 손해는 아니다"라며 "잡다한 부동산을 하나로 모으는게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 보고 파는 것 같아도 사려는 물건이 값 싸 보유 총액이 줄어드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재건축으로 갈아탈 생각이다.
 
이에 김씨는 재건축 단지들을 직접 찾아가 돌아보기도 하고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찾아가 급매물을 살피기도 한다.

지난 2007년 최고 10억원대까지 육박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7억원대로 30% 가량 빠졌기 때문이다. 요즘 오르는 기미가 있자 구입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세가 낮아진 것도 고려사항이다.
 
이와 관련, 은행PB.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은 요즘 적극적인 투자를 유보하며 관망하는 분위기"라면서도 "호황에 대비한 전략, 불황 속 자산 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고민할 만하다"고 설명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은 "현금 여력이 있는 자산가나 주택, 오피스텔 등을 여러채 소유한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값이 크게 떨어진 유망지역 급매물에 구입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재산 나눠 세금 줄이기 고심 중인 이씨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주택 세채를 소유하고 있는 이명숙(72)씨도 집 값 하락을 재테크 호기로 삼았다. 그간 부동산 거래 규제로 팔지도 사지도 못했다. 이씨의 관심사는 부동산 보유를 늘리기보다는 세금을 줄이는데 있다.

일단 노원과 평촌에 있는 집을 팔기로 했다. 2009년~2010년간 양도소득세가 중과가 한시적으로 완화되기 때문이다. 사실 3주택자인 이씨에게 큰 혜택은 없다.

이씨는 전세로 살고 있는 아들에게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증여하기로 했다. 지난해말 7억원 후반대(최고가 10억원, 현재 8억원선)까지 시세가 하락하면서부터다. 어차피 증여세를 물 바에는 조금이라도 낮은 세금을 내고 넘기자는 생각에서다.
 
즉 세채 중 한채는 매각하고, 또 한채는 증여해 세 부담을 최대한 줄인다는 것이다. 일정하게 고정 수입이 없는 이씨로서는 종부세 등 부담을 지고 계속 생활하는 것보다 부동산을 줄이는게 낫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매년 국세청에서 1월초에 조사해 4월 30일 발표하는 기준지가를 지켜봐야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2008년 1월 발표된 9억5000여만원보다 1억원 가량이 하락한 8억5000만원대에 기준시가가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된다면 지난해 최고가 기준으로 약 2억1600만원(증여공제 3000만원, 신고세액 포함 안됨)이던 증여세는 3000만원 가량이 절세돼 1억8600만원이면 해결된다. 만약 이씨가 전세금을 부담부증여(2002년 4억원 취득)할 경우 세금은 더욱 절약할 수 있다.
 
하나은행 김창수 재테크 팀장은 "부동산 규제 완화로 2주택자들의 혜택은 가시화됐다"면서도 "3주택자 이상은 혜택이라고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집 값 하락으로 자산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위해 사전증여가 나은지 매매가 나은지 문의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직계존속가족에게 집을 사주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강남이나 잠실지역 집 값이 바닥을 확인한건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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